◎10·11일 선출… 아 최장기집권 전망/개막연설서 “고정환율제 포기” 시사 올해부터 2003년까지 5년 임기의 인도네시아 정·부통령을 새로 뽑기 위한 국민협의회(MPR)총회가 1일 자카르타 하원의사당에서 11일간의 일정으로 개막, 사실상 수하르토(76) 7선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총회에서 수하르토 현대통령의 7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1인 독재체제는 기존 32년에서 최장 37년까지 연장돼 현존 아시아 최장기집권을 기록할 전망이다. 부통령 역시 수하르토가 천거한 바차루딘 하비비 과학기술부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 수하르토와 하비비는 10일과 11일 각각 정·부통령에 선출될 예정이다.
68년 창설된 국가최고기관으로 5년마다 한번씩 회의를 열어온 MPR은 명목상 헌법제정, 국가정책방향결정, 정·부통령 선출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하지만 상근직 국회의원 500명과 비상근직 대의원 500명 등 총 1,000명 가운데 수하르토가 직접지명한 위원만도 600명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 수하르토가 완전 장악하고 있다. 결국 이번 총회는 수하르토의 7선을 법률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MPR회의에서 이루어지는 정·부통령 선출 자체 보다는 회의 기간에 폭발할 수 있는 반수하르토 시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연초부터 수마트라 등 도서지역에서부터 증폭, 25회나 발생한 물가폭등 시위는 최근 수도 자카르타로 확산되면서 수하르토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운동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 앞서 휴교령과 집회금지조치를 취한 인도네시아 당국은 28일 경찰 1만6,000명, 폭동진압담당 군병력 1만명 등을 장갑차 등 중화기와 함께 자카르타 곳곳에 배치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수하르토가 통화이사회제를 통한 대달러 고정환율정책 등 기존 경제회생 정책에 대해 최종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지도 관심이다. 수하르토는 이날 개막연설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 없이 대달러 고정환율제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며 이전의 고수입장과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이날 언급은 수하르토가 대통령에 선출된 후 IMF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경제개혁을 상당부분 수용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수하르토가 7선에 성공하더라도 전환적 경제회생 및 개혁조치를 신속히 내놓지 못할 경우 인도네시아 정정불안과 동남아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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