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사실을 찍지 않는다/페미니즘·동성애·남성누드/상상 초월한 도발적 표현/‘만드는 사진’으로/성과 권력 탐구에 도전 사진기술이 발달할수록, 그리고 상업사진의 범위가 커져 사진가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줄수록 사진과 사진가에 대한 회의는 더욱 커졌다.
70년대 이후 일단의 작가들은 인간의 「내적」 진실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다. 그들은 전장 대신 음습한 실내로 파고들었다. 페미니즘, 호모 섹슈얼, 남성 누드는 그들의 단골메뉴였다. 이런 사진작가들 일단을 일본에서는 「뉴 웨이브」작가로 부른다. 물결이 형체가 없듯 이 작가들 역시 한 비슷한 경향을 띠지만 한 주제의식으로 묶기 어렵고, 어떤 인맥이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다.
87년 안드레 세라노는 교황사진을 투명 오줌통 속에 집어 넣은 기묘한 작품 「피스 포프」을 선보였다. 위선적인 미국인들에게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과 별개로 사람들은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 이런 도발적 사진은 80년대 정점에 이른 뉴웨이브사진의 한 상징이었다.
여성작가에 의한 페미니즘사진의 대모는 낸 골딘. 자화상을 비롯해 해체되는 가족의 구성원들을 스트레이트 사진형식으로 담아냈다. 그들에게는 어떻게 찍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낸 골딘에 비하면 신디 셔먼의 발언은 한층 더 도발적이다. 그는 사실을 찍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이 아리따운 숙녀로, 폭행치사당한 여인으로 분장해 초상사진을 찍는다. 그에게 사진은 남성중심 사회의 피해자인 여성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바바라 크루거의 사진콜라주 역시 페미니즘적 발언의 한 형식이었다.
여성을 훔쳐보는 「엿보는 존재」로서의 남성을 과감히 누드대상으로 「격하」시킨 것도 뉴웨이브작가들의 특징이다. 매플소프는 남성누드를 통해 남성적 권위에 타격을 주었다. 조엘 피터 위트킨의 사진은 더욱 충격적이다. 성전환수술 도중 사망한 환자, 죽은 태아등 끔찍한 실재이미지, 아담과 이브와 같은 성서인물을 이용해 그는 인간 심저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낸다. 필름을 조작하거나 인화과정에서 덧붙이고 상처를 내는 「메이킹 포토」(「만드는 사진」이라는 뜻으로 「찍는 사진」의 대립적 개념)방식을 통해 표현양식을 다양화 했다.
샌디 스코글런드는 방 안에 가득찬 인형으로 만든 초록색 고양이, 벽을 기어오르는 갓난아기 인형을 사진으로 찍어 「만드는 사진」의 영역을 확장했다. 깜찍한 인형들은 생명이 사라진 공간의 섬칫한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성과 권력에 대한 새로운 탐구가 시도되는 세기말 분위기는 뉴웨이브 작가들을 대중 곁으로 끌어 들인 게 사실이다. 오히려 최근의 문제는 사진의 소재나 주제가 지나치게 뉴웨이브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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