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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사원장이 해야할 일/양건 한양대 교수·헌법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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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사원장이 해야할 일/양건 한양대 교수·헌법학(아침을 열며)

입력
1998.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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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새 대통령의 인사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쳐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한가닥 위안이 있다면, 감사원장으로 지명된 한승헌 변호사의 경우일 것이다.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인사에는 두가지 요소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개인적 신뢰를 둘 수 있는 인연이 있고, 나아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적재적소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한변호사의 경우는 이 두가지가 행복하게 결합된 예라고 보아 좋을 것이다. 알려진대로, 한감사원장 지명자는 「인권변호사」로서 깨끗하고 강직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여러차례 옥고를 치렀고 그러면서도 시심을 잃지 않는 문인이며, 사석에서는 우스개소리가 끊이지 않는 다감한 분으로 알고 있다. 오랜 재야 법조인 생활을 떨치고 이제 63세의 나이에 그가 감사원장이라는 높은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런 일이면서도 다른 한편 어려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고초를 겪으면서도 성공적 삶을 이어온 그에게 감사원장이라는 직책은 전혀 새로운 평가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물론 그의 개인사적 성패를 뛰어넘어 있다. 감사원장의 자리는 그저 하나의 높은 자리가 아니며,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감사원이란 어떤 곳인가.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과 회계감사를 하는 것이 감사원의 기본업무이며 아울러 행정기관의 직무감찰권을 가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방지하기 위한 감사기관이다.

 행정조직상 감사원이 갖는 특수성은 대통령 직속이면서도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이다.(감사원법 2조) 감사원이 제 기능을 다하느냐의 관건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독립성,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에서의 독자성을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감사기능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정부조직개편 결과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산편성권을 내각에서 떼어내어 대통령 직속하에 두려는 시도가 변형된 형태나마 결국 대통령 소속하의 기획예산위원회 신설로 실현되었는데, 이것은 감사원 업무와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조직형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편성기관과 감사기관이 함께 대통령 직속하에 설치되는 구도는 감사기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면에서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제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 명실상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감사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 점에서 한승헌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한변호사는 김대중 대통령과 특별한 과거의 인연을 맺고 있다.

 「명동사건」이라 불리는 유신체제 반대시위의 주도자는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한변호사는 이 사건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였다. 그후 80년 5·17 사태때 두사람은 함께 투옥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같은 특별한 관계는 감사원 독립성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상반된 가능성을 안고 있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이 감사원 독립을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대의를 통해 맺어진 양인의 관계가 사적 친분을 넘어 대승적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도리어 감사원의 독자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바람은 후자의 가능성이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한 변호사는 외환특감을 철저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그가 김영삼정부하의 비리캐기 임무를 맡았다는 추측도 있다. 이런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그것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도 새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적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할 임무를 지닌다. 그 토대위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방지하기 위한 기본틀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의 의정부지원 판사비리 사건과 서울대 치대 교수 임용비리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구석구석 옳게 남아있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만어있다. 하루 아침에 깨끗한 사회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위에서부터 풀 수 밖에 없다. 새 감사원장은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당장 손댈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내부고발자보호와 돈세탁방지를 골자로 하는 종합적 부패방지법의 제정, 그리고 감사원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 감사원장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새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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