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표결 임해야”“지명 철회를”/영수회담­대화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표결 임해야”“지명 철회를”/영수회담­대화록

입력
1998.02.28 00:00
0 0

◎김 대통령­“왜 길 놔두고 뫼로 갑니까”/조 총재­“내각제 않겠다고 보장해야”/김 대통령­“타결안되면 결단 내릴것”/이 총재­“여 인내로 문제해결 바람직”▷김 대통령­조 총재◁

 조총재=김종필 총리지명에 대한 반대당론 변경은 불가능합니다. 김지명자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게 좋습니다.

 김대통령=표결을 안하는 것은 국회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헌법에도 위반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반대를 하더라도 표결에는 반드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내일에는 꼭 표결에 임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총재=이틀간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김대통령=지난 번 국회에서 추경예산이 처리되지 못해 공사가 안되고 있고 심지어 일가족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총리인준을 거부해 국정이 마비되고 국제 신인도가 추락됐습니다. 총리지명자에 반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자유일 것입니다. 나는 김총리지명자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토론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투표에 임해 부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난 25일 총리인준을 부결했다면 재지명을 해서 어제 정부는 정상적으로 출범했을 것입니다. 왜 길을 놔두고 뫼로 갑니까.

 (우호적인 세상얘기도 나눔)

 김대통령=정치적 관행이 이렇게 돼선 안됩니다. 야당인사들도 과거 정권을 이끈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솔직히 뒷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책임상으로도 도와줘야 하지만 또 처음이니까 더욱 도와줘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잘 알듯이 지난 2개월간 국민의 지지가 어떠했습니까. 국민의 60%가 한나라당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총리지명자를 인준해야 한다는 것도 60%이상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심을 다시 한 번 보기 바랍니다.

 분명히 말해 협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그러나 정 안되면 서리체제로 가겠습니다. 법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당하다고 유권해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법의 도덕과 양심으로 비춰볼 때 인준을 안해주는 것과 투표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구분돼야 합니다. 만약 투표자체를 거부한다면 이로인해 우리가 국사를 계속 망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서리체제가 불가피하면 이를 도입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거는 불가항력적인 불가피였지만 현재는 인위적인 불가피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서리체제를 원치 않지만 나라를 살리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도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결된다면 재지명하고 또 부결되면 또 지명하고 할 수 있습니다. 투표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이미 박태준 총재를 보내 3당에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의하는 등 성의를 다했습니다.

 조총재=야당의원들을 빼내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대통령=우리는 의원들을 빼낼 생각이 없습니다. 그 대신 야당은 1년은 우리를 도와줘야 합니다. 이것은 민주정치의 상도입니다. 비상시기인만큼 나라를 살리고 고통받는 나라를 생각하고 국제 금융위기를 빠져 나가기 위해 여당을 도와주기 바랍니다. 과거 여소야대때 98%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주었고 총리 인준 때마다 자유투표로 도와주었습니다.

 조총재=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주기 바랍니다.

 김대통령=나로서는 자민련과 기본적인 합의사항이며 국민에게 보고해 동의를 얻었으니 바꿀 수 없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들(야당)이 하려면 되고 안하려면 안되는 것입니다. 국민이 투표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안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는 이미 자민련과 합의가 돼있고 그것은 국민이 동의해 주었습니다. 야당의원들을 만나겠습니다. 야당의원 전체를 만날 수도 있고 일부도 만나겠다.

 조총재=상의하겠습니다. 신정부의 영광스러운 내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야당총재들과 월례회동 갖는 것도 합의)

▷김 대통령­이 총재◁

 이총재=국회는 지체없이 본회의를 열어 (총리인준안을) 가부간 처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국민신당이 소속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긴 것도 대국적 견지에서 결정했습니다. 여당은 위헌시비를 야기하거나, 성급하게 서두르는 인상을 주지말고 인내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제1야당의 본회의 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위헌시비가 있는 서리체제보다는 현 고건 총리가 새장관의 임명을 제청하고, 새정부조직법에 따라 서열 1위인 재경부장관이 총리를 대행케 하면 됩니다.

 김대통령=국정공백의 장기화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태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만약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총리서리체제를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경제문제가 급하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내일이나 월요일중 결단하겠습니다.

 총리서리체제에 대해 물론 반대하는 학자도 있으나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정정당당하게 국사를 처리하지 않고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어 비상한 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총재=국정공백과 경제위기 등 국난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유승우·신효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