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투표이탈표 발생우려 주저/편법기권투표용지 함에 안넣어/백지투표무효처리로 인준부결 여야가 내달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표결결과 및 순항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어떤 투표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대략 세가지다. 무기명 비밀투표, 명패만 넣고 투표용지는 함에 넣지 않는 방식, 기표를 하지 않은 백지상태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방법 등이다.
한나라당이 국회법 규정대로 무기명 비밀투표에 임한다면 원만한 표결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한나라당 이탈표의 수에 따라 동의안에 대한 가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나라당 일각에는 비밀투표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흐름도 있어 본회의 직전에 소집될 의총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투표용지를 함에 넣지 않는 방식은 한나라당 의원의 표가 기권으로 처리돼 찬성표가 과반에 못미치도록 함으로써 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백지투표는 무효가 돼 이 경우에도 동의안은 부결된다.
한나라당이 이런 「편법」을 동원한다면 여당은 김수한 국회의장에게 투표중단 선언을 요청하고 투표를 막을 것이 분명하다. 여당은 이미 명패 및 투표함 봉쇄를 위한 저지조까지 편성해 놓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몸싸움으로 투표진행이 불가능해져 본회의는 정회되고 결국 자정을 넘겨 유회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에는 비밀투표시 이탈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다 계파 보스들의 「선명성 경쟁」으로 인해 이 두가지 방법중 하나를 택하자는 주장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위법성 논란이 일 소지가 다분하다. 여권은 이같은 집단행동은 사실상 공개투표로 무기명 비밀투표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백지투표 등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음을 들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지투표의 경우 79년 백두진 총리사퇴권고안과 88년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시 야당이 구사했는데 79년에는 표결무효가 선언됐고 88년에는 적법으로 인정돼 동의안이 부결됐다.
여기에 기표소를 거치지 않은 투표행위는 비밀투표로 볼 수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이 나와 있어 한나라당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는 이밖에 아예 위법성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비밀투표와 기권 또는 무효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확실한 반대론자에 한해 비밀투표를 허용하고 이탈소지가 있는 의원들에게는 「감시」가 용이한 편법을 적용하자는 것이지만 채택가능성은 희박하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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