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또 무산땐 서리체제로”/야,비밀투표·기권방식 등 검토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조순 총재와 단독영수회담을 갖고 김종필 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3월2일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국정공백을 몰고 왔던 총리임명동의문제는 한나라당이 택할 투표방식에 따라 해결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관련기사 2·3·4·5면>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다음달 2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본다』면서 『김대통령은 법대로의 표결을 요구했으며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백지투표나 기권 등의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영수회담후 의원간담회를 열어 조총재로부터 회담결과를 보고받은 뒤 2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총무단이 마련한 투표방식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무기명 비밀투표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명패함에 명패만 넣은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는 기권방식 ▲기표를 하지 않고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백지투표 등을 검토중이다.
김대통령은 2일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경우, 김종필 총리지명자와 박태준 자민련 총재와의 협의를 거쳐 새정부 조각을 단행한다.
김대통령은 회담에서 『법적으로나 양식으로 볼 때 한나라당이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의견은 투표로 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총재는 『당의 의견을 수렴, 임명동의안을 국회법 테두리안에서 적법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조총재가 김총리지명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한데 대해 『국민의 동의를 받은 자민련과의 합의를 깨는 배신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야당의원 빼내기는 없을 것』이라며 『야당이 원한다면 월례 여야 영수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국민신당 이만섭 총재와 조찬회동을 갖고 『임명동의 문제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28일, 또는 다음달 2일 결단을 내리겠다』면서 『다수의 헌법학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총리서리체제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국사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영수회담 결과에 따라 여야는 이날 하오 국회의장실에서 3당총무회담을 갖고 내달 2일 하오 2시 본회의를 열어 김종필 총리·한승헌 감사원장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키로 했다. 여야는 그러나 국회법에 대한 해석차이로 구체적 표결방식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정진석·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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