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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더 힘센 문화를/이강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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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더 힘센 문화를/이강숙(아침을 열며)

입력
1998.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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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바다 하늘 구름 풀 나무 바람 비, 이런 것들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언어 과학 정부 종교 법 집 기계 예술품 집단적정서, 이런 것들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인간은 한다. 이런 식의 「좋다, 좋지 않다」에 대한 가치 기준도 인간이 만든다. 인간은 서로 만나면서, 그리고 생각을 나누면서 산다. 그러는 중에 서로 배운다. 배운 것을 행위로 옮긴다. 행위로 옮긴 결과로 어떤 것을 얻게 된다. 얻은 것 중의 어떤 것은 일시적으로만 존재하고, 어떤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 견디며 우리 앞에 살아 있다. 전통 관습 제도 가치기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을 간섭한다. 간섭의 힘을 필자는 문화라고 부른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식이 화가가 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인은 화가가 되는 것을 프랑스 사람보다는 더 싫어하는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을 간섭하는 힘의 성격, 즉 문화가 한국과 프랑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다는 말은 그 나라들의 전통 관습 제도 등, 우리의 삶을 간섭하는 힘의 성격이 다르다는 뜻이다.

 문화를 이루는 요소 중의 하나인 「제도」를 두고 이야기해보자. 예술가가 되려는 고교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학력고사를 치러야 했던 것이 과거의 우리나라 입시제도였다. 학력고사를 요구하는 제도와 요구하지 않는 제도는 서로 다르다.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학력고사가 요구되었다. 예술계의 지속적인 여론으로 학력고사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가 탄생되었고, 이 새로운 제도의 탄생이 바로 「제도 변화」의 씨앗이 되었다.

 더 좋은 제도가 있고 덜 좋은 제도가 있다면, 더 좋은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좋은 제도를 서슴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후손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

 문화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 언어의 경우에는 물론 더 좋은 언어, 덜 좋은 언어라는 것이 없다. 힘이 더 있는 언어와 덜 있는 언어가 있을 뿐이다.  가령 한국어와 영어를 비교할 때, 어느 한 쪽의 언어가 더 좋고 덜 좋은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를 뿐이다. 세계를 상대로 했을 때 영어가 한국어 보다 더 힘이 센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더 좋은 문화와 더 힘센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문화의 문제를 놓고 인간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나 개인이 중요하냐」, 「나 개인의 삶을 간섭하는 사회가 중요하냐」라는 질문을 놓고 고민할 수 있다. 만일 「나 개인」을 간섭하는 사회가 옳지 못하면,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 사회의 성격을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상관 않는다, 하나의 세상을 주어진 여건으로 놓고 그 속에서 나의 관심사를 챙기는 방법만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가 문제다. 위에서 나의 관심사만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는데, 사람마다 만일 「나」의 관심사만 챙기면 「우리」의 관심사는 누가 챙겨야 하는가. 나아가서 보다 나은 후손들의 삶의 여건은 누가 챙겨야 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더 좋은 문화 창조와 힘이 더 센 문화 창조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고, 그것의 창조를 위해서 「우리」는 여러가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필자는 문화 창조라는 말이, 보다 나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회」와 상관되는 전통, 관습, 제도, 가치기준 등을 창조해야 한다는 말이 되었으면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좋은 문화 창조에 대한 관심이 설 자리를 옳게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말만 해오던 「문화 입국」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 입국의 주무부처 이름에 체육이 붙더니 이젠 관광이 붙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를 일이다.<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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