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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전통거리’/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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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전통거리’/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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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화가는 낯이 뜨거워 혼났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를 하기 위해 내한한 독일작가에게 인사동을 소개해 주었다. 『고미술상이며 옛 찻집, 화랑이 많아 좋다』는 독일화가에게 이 곳의 한 모텔을 숙소로 잡아주었다. 다음 날 독일화가는 도리질을 했다. 밤새 러시아윤락녀의 호객행위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사동의 밤」은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현실은 「인사동 야사」로만 끝나지 않게 됐다. 인사동사람들은 요즘 인사동사거리 일식집자리에 오락실이 들어서자 큰 일 났다고 걱정하고 있다. 오락실 하나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미술 경기침체로 점포매물이 많이 나오는데 원매자는 한결같이 단란주점 오락실 같은 비전통업소의 업주들이다. 인사동의 정서로 볼 때 「혐오업종」에 가깝다. 얼마 전 한 화랑이 점포를 판다는 소문이 돌자 외국의 유명 햄버거점이 자리를 내달라 했다. 고미술상 출신의 화랑사장은 『그런 업소에 자리를 내줄 수 없어』 부랴부랴 매물을 거두었다.

 지난 해 4월13일 첫 선을 보인 일요일의 차없는 거리풍경도 전통과 거리가 멀어져 간다. 올해는 4월12일부터 일요일행사가 재개되지만 젊은 손님들이 들끓어 실속없이 북적거린다며 고미술상은 대부분 일요일에 문을 꽁꽁 닫고, 동남아에서 온 「남의 전통」좌판이 거리를 메우곤 했다.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회장 이호재)는 무분별한 건물증설을 막기 위해 종로구청에 구의회의 건축심의위원회에 한 자리만 끼워달라고, 비전통업소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문화관광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애원하지만 대답이 없다.

 밤에도, 낮에도 부끄러운 전통거리 인사동. 달라지는 인사동을 문화예술인들만 부끄러워 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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