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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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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의 희망과 좌절이 민감하게 교차하는 졸업과 입학의 계절이다. 고교 졸업생 중 60.1%(97년도 기준)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다른 젊은이들은 그 과정을 생략하고 성인으로서 생애를 시작한다. 대학에 가는 것과 안 가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미국의 캘빈 키니가 쓴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라는 산문은 그 문제에 대한 실상과 허상을 균형감 있게 짚어 준다. 16세부터 일을 해야 했던 그는 자신이 안온한 분위기에서 교양과 이상을 가진 사람들과 우정을 쌓을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한다. 또한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독서와 연구, 여행도 했더라면 생이 더 풍부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인명사전에 실린 사람의 85%는 대학졸업자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5%에 속한 그는 직장의 우악스런 연장자들 속에서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경제적인 부도 이뤘다. 그는 유명 대학을 포함한 두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학장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이가 지긋해진 그가 지금 참지 못하는 것은 『졸업장이 출세에 도움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대졸자들이다. 그러나 더 참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기를 쓰는 대졸자들』이라고 한다. 그는 고등교육이란 그것을 지니고 살 것이지, 그것에 의존해 살 것은 아니라고 결론짓고 있다. ◆IMF 사태 이후 극심한 취업난의 여파로 우리 사회에서도 기능인을 양성하는 직업전문학교에 4년제 대졸자가 지난해 보다 20배 가까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착잡한 풍경이지만,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대졸」이란 허상을 떨쳐 버리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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