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건 고려없이 외자도입 치중 졸속 추진/재벌·언론사 배제와 배치/허가땐 내년 50개 채널 무차별 상륙 안방 점령 「데이콤머독」의 위성방송사업 진출계획으로 국내 방송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위성방송사업을 규제할 통합방송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적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참여한 위성방송사업이 일방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이 13일 머독과 면담하면서 머독의 국내방송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키로 함에 따라 새 정부의 방송정책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데이콤의 사업계획은 데이콤이 30%, 머독이 15%를 투자한 위성방송사업체(DSM·대표이사 유세준)를 3월말까지 구성, 방송사업허가를 받는대로 이르면 내년 9월께 50개 채널의 디지털위성방송을 시작하겠다는 것. 위성체는 10월께 발사될 미국의 「오라이언3」 위성이며 데이콤이 전체 35개 중계기(1개 중계기 당 10개 채널)중 8개 중계기를 15년 임차하는 조건으로 8,900만달러(1,335억원)를 지불할 예정이다.
비판여론의 핵심은 외국방송사업자의 국내시장 참여에 따른 파급효과나 국내 방송시장의 소프트웨어 수급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위성방송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 2년6개월째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인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사업문제, 국책사업으로 시작해 개국 3년여만에 8,000여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케이블TV의 지원문제에 관한 종합대책없이 외자도입과 방송시장 개방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만 방송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프로듀서연합회 등 12개 방송유관단체로 구성된 「방송정상화를 위한 방송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형모)는 20일 성명에서 『국민적 논의없이 머독의 위성방송을 허용하려는 것은 방송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70여개 채널이 생기게 되면 국내 프로그램 공급능력상 결국 외국의 영상물이 무더기로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조재구 사업지원국장도 『KBS 위성방송사업팀도 당초 107명에서 최소 송출인원 24명만 남기고 사실상 해체되는 등 국내 디지털위성방송 제작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라며 『「데이콤머독」 위성방송 허가 전에 국내 제작여건과 광고시장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독의 국내 위성방송 진출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태. 외국자금의 유입을 금지한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방송만 규제하고, 96년 1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통합방송법안에도 「외국위성방송사업자는 15% 범위내에서 재산상의 출자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방송개발원 정용준 연구원은 『외국위성방송사업자의 국내시장 진출을 막을 수 없는 상태에서 하드웨어업체인 데이콤이 소프트웨어업체인 머독의 뉴스코프사로부터 어떤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데이콤머독」 방송사업이 허가되면 다른 외국위성을 싼값에 임차해 위성방송사업을 하려는 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문체공위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정보통신적 측면과 외자도입 측면에 치중된 것같아 당내에서도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데이콤머독」의 위성방송사업 허용은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당분간 제한하려는 당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현직 방송인단체인 여의도클럽(회장 김도진)은 26일 하오 3시 63빌딩 엘리제룸에서 「루퍼트 머독과 새로운 방송환경」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외국위성방송 침투 실태/300개 채널 종일 전파/국내 100만 가구 시청
외국위성방송의 국내침투는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팬암샛트(미국), 슈퍼버드A·B·C(일본), 아시아샛트1·2(홍콩차이나) 등 30개가 넘는 외국위성체가 한반도 및 아시아상공을 점령, 300여개의 위성채널을 통해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방송전파를 쏘아대고 있다.
외국위성방송의 국내시청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도시청이 대부분. 즉 3,000원짜리 중계유선방송에만 가입하면 CNN, 스타플러스, 스타스포츠, NHK 위성1·2 등 각국의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덤」으로 시청할 수 있다. 고성능 수신기를 갖추면 선명한 화질의 일본 디지털 위성방송 퍼펙TV와 디렉TV 재팬까지 볼 수 있어 시청가구수는 계속 늘고 있다. 97년 12월 현재 외국위성방송 시청가구수는 100만 가구로 추산된다.
현재 아시아 위성방송 중 선두주자는 아날로그 위성방송 17개 채널, 디지털 위성방송 250여개 채널을 확보한 일본. 특히 루퍼트 머독과 일본 업체인 소프트뱅크사가 합작한 J스카이B(100개 채널)는 4월1일 일본 4대 기업의 위성방송 합작사인 퍼펙TV와 합병할 계획이어서 아시아 전역에 파급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 지난해 1월 유료방송을 시작, 100여개 채널 중 3개의 포르노채널을 운영중인 퍼펙TV는 현재 부산·경남지역에서 수신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플러스 등 몇몇 위성방송은 국내 시청자를 겨냥한 국제폰팅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
한편 한국통신이 95, 96년 쏘아올린 디지털 위성체인 무궁화위성(코리아샛트)은 전체 가용채널 24개 가운데 KBS 1·2와 EBS 1·2 채널 등 불과 4개 채널만 활용하고 있다. 새 방송법개정 지연과 사업자선정 미비로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향후 위성방송사업은 당초 본방송 개시일로 잡았던 지난해 9월부터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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