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야… 참여민주주의로 개혁 기반/경제분야… 재벌개혁 결코 후퇴없을것/남북관계… 강경책 대신 투명한 대화로/사회문화… 바르게 산 사람이 대접받게■정치분야=취임사에 나타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청사진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확충, 차별과 특혜 및 지역갈등의 극복, 국민화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론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주의가 억압받는 과거 개발시대의 논리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지상주의가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결국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을 초래, 나라 발전의 장애가 된다는 평소 지론을 국정 청사진에 투영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김대통령이 제시한 실천개념은 참여민주주의다. 그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제의 착근, 정당정치 활성화, 정치자금의 양성화, 국정정보의 공개, 행정권한의 축소 등이 실천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취임사에 언급된 「작지만 강력한 정부」는 행정권력의 축소를 통해 국민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참여민주주의의 한 실천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단행된 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앞으로 이루어질 지방조직과 정부산하기관 개혁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국민화합은 김대통령이 절실한 표현으로 자신에게 다짐하고 국민에게 호소한 메시지였다. 『무슨 지역정권이니, 무슨 도 정권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 『어떤 정치보복도 하지 않겠다』는 대목이 국민화합 메시지였다.
■경제분야=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소의 경제철학인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공존」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동안 두 요소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다른 하나는 희생)하는 성장정책이 추진되어온 탓에 관치금융 정경유착등 암적 요소들이 싹트게 됐고 결국 경제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김대통령은 우선 당면 위기타개를 위한 실천방법으로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환율상승에 따른 인플레는 불가피하나 과감한 규제완화와 경쟁, 대기업의 독과점타파와 중소기업육성을 통해 저물가기조의 정착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을 강조한 것은 고용창출과 산업경쟁력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다. 벤처기업이 늘어나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을 통해 경제발전도 얻을 수 있고 고용창출로 실업문제도 완충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재벌개혁은 결코 후퇴가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합의된 5대 개혁과제, 즉 ▲기업투명성 ▲상호지급보증금지 ▲건전한 재무구조 ▲핵심기업설정 및 중소기업협력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확립은 반드시 관철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과거처럼 「자율도 없고 제재도 없는」식이 아니라 「자율과 제재를 함께하는」재벌정책을 꾸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쌀의 자급자족에 특히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식량안보체제를 구축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대통령이 밝힌 농어가 부채경감과 농축수산물 가격보상정책은 취약한 재정구조하에서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남북관계=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남북한 특사교환 등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양측간 채널 개설을 제안했다. 남북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려면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특사교환은 북한의 호응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북한은 오히려 93년 당시 한완상 통일부총리를 지목한 특사교환을 제의, 양측간에 8차례에 걸친 실무대표 접촉이 이뤄졌으나 결국 북측 대표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교류나 대규모 경제협력 등은 당국간 의견 조율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며 『이번 제의는 남북관계를 「공개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취임사에서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납 ▲흡수통일 배제 ▲실천 가능한 분야의 화해와 협력 추진 등 3대 원칙을 재천명했다. 특히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붕괴론과 연착륙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줘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북한 붕괴의 대비 차원을 넘어 「조장」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무리한 대북강경정책은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최소한 정책 일관성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회문화=사회·문화분야의 정책방향은 「정신혁명」에 잘 함축돼 있다. 바르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노력보다는 그릇되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사람이 열매를 따온 왜곡된 틀을 깨뜨리지 않고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김대통령은 이를 위해 교육개혁과 정보화교육 강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복지향상, 민족문화의 세계화, 여성의 권익보장 등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우선 교육개혁이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과제라는 인식아래 대학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능력위주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교육개혁은 만난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은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를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점수위주의 과열입시경쟁 해소를 위한 대입제도 변화가 예상된다. 학부모들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특단의 과외대책 등도 기대된다. 초·중등학교 교육내용이 지식습득에서 민주시민 양성 위주로 바뀌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대비한 정보화교육에도 무게를 실었다. 자라나는 세대가 정보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펼친 것과 같은 학교정보화사업(넷데이운동)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이영성·이충재·김병찬·이성철 기자>이영성·이충재·김병찬·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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