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에만 1,100건 발생 최근 미국에서 산업스파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 기업마다 컴퓨터 해킹, 헤드헌팅(고급두뇌 스카우트)등을 통해 경쟁업체의 「정보 빼내기」에 열을 올리는 한편, 보안시스템 강화 등 「자기 것 지키기」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점점 짧아지는 반면 신기술개발엔 엄청난 돈이 드는 현실이 이같은 경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고 기업의 잦은 축소경영 및 인수·합병으로 두뇌들의 이동이 빈번해진 것도 또하나의 배경이다.
미 기업보안협회(ASIS)조사에 따르면 산업스파이사건은 92년 246개 기업에서 589건이 발생했으나 96년에는 1,300개 기업에서 1,100여건이 일어났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의 가치는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덩달아 정보중개업과 기업 컨설팅업이 번창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ASIS회원도 3년동안 3만여명이나 증가했다.
최근 산업 스파이활동의 특징은 불법여부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교묘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해킹을 통해 경쟁업체의 전산시스템에 침투하거나 돈을 주고 직원을 매수하는 것은 낡은 수법이다. 경쟁업체의 핵심두뇌만을 정확히 골라 「족집게」처럼 빼가는 수법이 유행이다. 기술을 훔쳐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보수집팀을 가동해 경쟁업체의 특허출연, 공장 신증설 내역 등을 모은다. 또 PC통신 온라인망이나 인터넷을 통해 경쟁업체의 「공개된」 정보에 접근한다. 업체의 수출입내역, 지역 신문에 나온 관련기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샅샅이 검색, 핵심 기술자 명단을 뽑아내 「먹잇감」을 물색한다. 이어 컨설팅업체나 정보브로커를 동원해 무역박람회등에서 관련인사를 고액에 채용하거나 항공기로 여행할 때 옆좌석을 예약, 접근한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 산하의 의약품제조업체는 최근 독일 바이엘 아그파그룹의 미국 자회사 부사장을 이런 식으로 채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이 자회사는 X레이 촬영결과를 전화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자 경쟁업체인 GE가 이를 빼내기 위해 술수를 부렸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양측이 합의했다.
미 코닥사도 94년 필름인화에 필요한 고급 아세테이트를 만드는 기계인 「401머신」 제조기술을 경쟁업체에 빼돌리려는 전직 직원을 함정수사로 붙잡았다. 전직 연방수사국(FBI)요원을 채용해 한 중국기업 직원으로 위장시켜 관련 기술을 고액에 사겠다고 유인, 서류를 넘겨주는 현장을 덮친 것이다.
이같은 산업스파이 전쟁은 앞으로 사회가 고도로 정보화하면 할 수록 특정국가나 기업들과는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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