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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쉽게 풀어쓰는 ‘교양저술가’/이탈리아 작가 데 크레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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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쉽게 풀어쓰는 ‘교양저술가’/이탈리아 작가 데 크레센초

입력
199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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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 가공인물 더해 소설로 재구성/‘판타 레이’‘춤추는 여신들’ 등 국내 번역본 나와 고전의 대중화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탈리아의 작가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70)가 한국에서까지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를 다룬 「판타 레이­만물은 흐른다」가 발행된 데 이어 최근 「춤추는 여신들­사랑과 전쟁의 트로이아신화」(1만원)가 도서출판 리브로에서 나왔다.

 데 크레센초는 같은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작가인 움베르토 에코(65)나 이탈로 칼비노(1923∼85)와 대비된다. 기호학과 중세사 전문가로 교수 출신인 에코는 중세 주변을 무대로 한 지적인 소설로, 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로 출발한 칼비노는 환상소설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반면 데 크레센초는 고대그리스의 고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삼는다.

 원래 수학을 전공했다. IBM 이탈리아지사에서 20년간 엔지니어로 근무. 78년 지천명의 나이에 돌연 「벨라비스타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발표, 6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전업작가의 길로 나섰다. 95년까지 18년간 철학 신화 소설 만화 자서전 비디오관련서 등 19권을 쏟아냈다. 이탈리아에서만 모두 500만부가 팔려 나갔고 독일 스페인 그리스 러시아 스웨덴 일본 브라질 등 35개국에서 19개 언어로 번역됐다. 틈틈이 영화감독과 연극연출도 하는가 하면 배우, 사진작가, TV 프로그램진행자로도 나선다. 지난해말 고향 나폴리에서는 변호사 기업인 교수 방송인 등 200여명이 팬 클럽을 결성했을 정도다.

 「판타 레이」와 「춤추는…」을 번역한 김홍래(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공보관)씨는 데 크레센초의 특징을 「디불가토레(divulgatore)」라는 이탈리아어로 설명한다. 『무슨 주제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일종의 「교양저술가」라고나 할까요』

 그가 즐겨 다루는 주제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 신화 문학 등이다. 「춤추는…」도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기본 줄거리로 하고 그리스신화와 가공인물을 덧붙여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유머감각이 숨쉬는 문체와 비판정신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것은 고전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데 크레센초는 한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질은 훌륭한데 책은 팔리지 않는 작가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떤 작가든 자신이 원하는 독자의 양과 질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떤 용어를 쓰는가 하는 것이지요. 소수가 쓰는 용어를 선택하고는 많은 사람이 읽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면 안되지요. 저는 같은 페이지를 15번 이상 다시 쓸 때도 있습니다』그는 앞으로 천체물리학을 비롯해 과학을 널리 알리는 글을 쓰겠다고 한다.

 대표작인 「그리스철학사」와 「질서와 무질서」도 곧 번역돼 출간된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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