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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접목/김대중 정부에 거는 기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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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접목/김대중 정부에 거는 기대(사설)

입력
199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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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 취임식을 갖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성공적인 접목」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민주주의와 경제를 상부상조의 관계로 발전시켜 한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모델국가로 만들겠다』고 역설해 왔으며, 그것이 앞으로 김대중정부 5년의 중심 기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국가경제의 파산 위기속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1,50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 줄이은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살인적인 물가고로 공포에 휩싸인 나라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해 온 새 대통령 앞에는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재벌체제를 바꾸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실업대책을 세우고, 산업을 일으켜 경제난을 극복하면서 각부문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서 그는 「민주화」라는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1960∼70년대에 박정희대통령은 혹독한 독재아래 경제발전을 이루어  굶주림에서 국민을 구해 냈고, 그 과정에서 집중적인 특혜로 재벌을 키웠다. 경제발전에서 독재와 재벌은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돼 왔다. 그렇게 지속된 경제발전이 삼십여년간 재벌의 공격적인 확장과 방만한 운영을 부추기고, 정치와 권력을 부패시키고, 온 국민을 고도성장의 환상에 들뜨게 하고, 끝내 국가경제의 파탄을 가져왔던 것이다.

 한국의 개발독재와 재벌체제를 경제성장의 모델로 삼았던 아시아 국가들이 IMF 사태속에 서둘러 경제정책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함께 성공시켜 새로운 모델 국가가 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선언은 시의적절하다. 민주화 없는 경제발전,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경유착으로 이끌어온 경제의 종말이 바로 오늘의 국가경제 파탄이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함께 성공시킨다면, 아시아의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새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정책을 지지하면서 민주화의 기본으로서 「상식과 법을 중시하는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촉구하고자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상식의 부재속에 살아 왔고, 법과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 결과로 총체적인 붕괴가 왔다는 공포였다. 이러한 반성에는 한평생 정치에 몸 담아 온 김대중 대통령과 새 집권세력도 예외일 수 없으며, 그 어떤 정책의 추진보다도 스스로 상식과 규칙과 법을 지키려는 겸허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상식과 법을 되살리지 않고는 그 어떤 정책도 나라를 바꾸지 못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의 위기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 높은 지지율속에 출발하고 있지만, 그 지지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선거에서 40.3%의 득표율로 38.7%를 득표한 이회창 후보를 겨우 40만표차로 눌렀다. 그를 찍지 않은 60%의 유권자들은 지금 바나나와 같은 심리상태에 빠져 있다. 그들은 대부분 『김대중씨가 당선된 것이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말한다. 오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노사정을, 특히 근로자들을 설득하며 고통분담과 개혁을 호소하기에는 그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란 껍질을 벗기면 그들은 하얗다. 그들은 언제든 『그럴 줄 알았어. 보수로 위장하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급진으로 선회할 줄 알았어』라고 등돌릴 준비가 돼있다.

 그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DJT연대, 이미 위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거대야당도 그에게는 힘겨운 동지, 힘겨운 상대가 될 것이다. 그는 IMF사태라는 위기속에 집권하여 IMF의 도움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지만, 반면에 그 어떤 대통령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면초가의 어려움속에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새대통령은 경제위기극복뿐 아니라 남북관계, 교육개혁, 계층간의 갈등,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 등 많은 과제들에 도전해야 한다. 때로는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그때 대통령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상식과 법, 그것에 공감하는 국민의 힘밖에 없다. 떠들썩하고 조급한 정책의 추진보다는 조용하고 알차게 국민과의 공감대를 키워가야 한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처음 도전한지 26년만에, 3번이나 낙선한 끝에 대통령이 된 그는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를 함께 추진하여 나라를 튼튼히 하고, 아시아의 새로운 모델국가가 되자는 벅찬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 출발은 상식과 법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의 권위로서가 아니라 상식과 법으로 이끌어가는 나라, 그 위에서 꿈과 희망이 자라는 나라, 우리가 경제위기를 넘어 새 정부와 함께 이루어 가고자 하는 나라는 그런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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