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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쉬는 청와대’를/최평길 연세대 교수·행정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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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쉬는 청와대’를/최평길 연세대 교수·행정학(아침을 열며)

입력
199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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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경쟁력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경쟁력있는 대통령이 되려면 후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고, 잡다한 국정과제를 내각과 보좌진에게 맡기고 경제살리기와 통일 달성을 양대 목표로 하여 5년간 국정수행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팀워크를 이루어야 한다. 또 대통령은 대주주, 보좌진은 소주주인 하나의 주식회사처럼 운영하되 이익창출을 위해 소주주는 직언을 서슴지 않고 대주주는 겸허히 이를 받아들이는 활발한 토론문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참모들이 서로 모함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능력있는 인물들을 멀리하려 하지 말고, 정확한 판단을 근거로 등용하는 균형된 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검증된 인물이란 정부에서 일한 경험있는 관료나 정치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산업 교육 언론 기타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함께 전략적 사고를 가진 인물로 확대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대통령의 국정이념과 정책에 동의하면 지역 학력 연령 성별등을 고려하여 등용하면 된다. 독일 콜 총리는 라인팔트 출신에 하이델베르크대학 졸업이고, 비서부장관은 작센 혹은 바바리아 출신에 본대학 아니면 보쿰대학, 공업전문대학 출신으로 하나같이 지역과 출신대학이 모두가 다른 배경을 갖고 넓은 대중성과 지역대표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콜 총리는 업무상 직업관료를 보좌관으로 쓸 경우에는 직접 면담하여 채용하는데 반드시 개혁지향적이고 바른말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총리실 정무수석비서관이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은 또 부지런하고 공부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각나라 대통령과 총리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하루평균 최소한 150쪽 분량의 결재서류, 정보보고, 건의서등을 읽고 결정하는 공통된 업무관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유엔 50주년 기념행사후 파리로 돌아와 엘리제궁에 도착한 즉시 시차도 잊은채 밀린 서류를 읽은 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결재서류를 비서실 차장에게 보여준 바 있다. 앞에 언급한 콜 총리 또한 매일 7시에 기상하여 10시에 퇴근하며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회의, 매주 수요일 각료회의, 2주마다의 연립정당 수뇌회의 등을 주재하고, 주말이면 지역구에 내려가는 바쁘고 부지런한 국가원수로 잘 알려져있다.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실의 비서실장은 대통령 집무실 옆방에서 일하고, 독일 총리실 비서부장관 사무실은 총리실 복도 건너편에 있고,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집무실과 문하나 사이로 비서실장이 일하고 있으며, 복도에 책상을 놓고 일하는 여사무원은 앨 고어 부통령이 지나가도 앉은 자리에서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이다. 콜 총리의 각료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는 20평 남짓한 회의실에서 얇은 타원형 책상을 가운데 놓고 중소기업의 사무실에나 어울릴 듯한 업무용 의자에 앉아 얼굴을 맞대고 하는 지극히 실무적이고 검소한 모습이다.

 이같은 외국 국가원수 집무실과 비교하면 비서실장이나 보좌관, 주치의가 자동차를 타고 본관으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야 하고 본관 넓은 1, 2층홀에는 대통령과 10여명 내외의 의전담당요원이 있는 오늘날의 청와대는 IMF시대의 구조조정 일차 대상이다. 회의시에나 사용하는 청와대 1층과 지하층은 비서실요원 사무실로 사용하고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2층 대통령집무실 주위에 포진하는등 살아 숨쉬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개인은 김대중 납치사건, 내란음모사건의 진위를 진실규명차원에서 조사하되 관련자를 처벌하는 과거지향·복고적 한풀이식 보복정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외채를 상환하고 금융외환위기와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전쟁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해고로 길거리를 방황하는 실직자와 벤처기업을 돕고,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는데 고통분담의 최일선 대표주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일산자택을 포함한 모든 동산, 부동산을 책임있는 국내외 회계사에게 맡겨 처분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순교자적 리더십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리고 퇴임후에는 자서전을 집필할 자료가 든 가방 하나들고 청와대를 나서는 대통령이 되면 국내외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향후 50년간 외채를 갚고 통일이 완성될 때까지 모든 대통령이 이 전통을 이어받아 경쟁력있는 한국형 대통령으로 거듭나야 이 나라가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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