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등 ‘과거의 잘못’ 난제안고 출범/정권 힘아닌 시장원리로 추진해야 김대중 정부는 안팎의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
「국민의 정부」로 스스로를 이름 지은 김대중 정부에는 「역사적 소명」등 거창한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새 정부의 과제가 너무도 현실적으로 임박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새 대통령이 스스로 얘기했듯, 이같은 과제에 비해 정권의 모습은 작아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추진할 개혁은 능동적이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형태를 띨 것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완결됐어야 할 숙제들을 떠안고 출범하기 때문이다.
먼저 대기업의 전횡과 정경유착의 고착화는 우리 경제를 역사상 초유의 환란과 위기 속으로 몰아 넣었다. 냉전의 종식, 공산권의 붕괴 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후퇴를 거듭,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새 정부가 새로운 주제를 택해 개혁의제를 설정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새 정부는 개혁에 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민정부가 시도했던 「위로 부터의 개혁」이 아닌 「구조의 개혁」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정권교체 자체가 개혁의 자물쇠를 푼 것』이라며 『새 정부의 개혁은 일시적인 사정등 즉흥적인 형태가 아니라 대대적인 정신 혁명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소수파 정권이라는 점이 개혁 추진에서 한계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권의 힘보다 시장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IMF사태가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가 「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뜻도 이같은 의미에서 비롯된다. 강제력을 동원한 개혁은 새 정부의 성격상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목표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다. 김대중 정부는 사회의 모든 세력에 대해 똑같은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전분야에 대한 개혁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대한 최대의 무기가 다름아닌 시장의 원리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측이 역대 정권과는 달리 기득권 세력과 유착관계가 없다는 점도 개혁 추진을 위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새정부가 대기업 개혁을 인위적인 방식 대신 법적 장치를 통한 「적자 생존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통령은 권력기관을 더이상 정권 보위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으로 이에 대해 강도 높은 수술을 가하려 하고 있다. 외교·대북정책에서도 국내 정치상의 고려를 배제함으로써 더욱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게 새 정부측의 기대다. 결국 새 정부의 개혁은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해온 김대통령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