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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앓는게 글쟁이”/21세기 문학상 받은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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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앓는게 글쟁이”/21세기 문학상 받은 이청준

입력
199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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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날개의 집’/세상과 화해하려는 예술가 소망·삶 담아 『남보다 먼저 앓아내는 것이 글쟁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편 「날개의 집」으로 도서출판 이수(발행인 김준성)가 제정한 「21세기 문학상」을 첫 수상한 소설가 이청준(60)씨는 문인의 역할을 「앞서 아파 보일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절실하게 들리는 말이다.

 「날개의 집」은 이씨가 꾸준히 추구해 온 예술가소설의 한 갈래다. 남도의 한촌에서 자라 엿장수에서 집배원으로, 또 형사로 꿈을 키워오던 소년이 차츰 세계의 광활함과 아픔에 눈뜨면서 한국화 「환쟁이」로 예술가의 생애를 걷게 된다는 줄거리다. 소리의 세계를 다룬 「서편제」와 같은 계보로 읽힌다. 예술가로서 세상과 화해하며 살아가려는 그의 소망이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로 승화된 작품이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등 대표적 문학상을 모두 받은 그는 『막상 또 상을 받으려니 미안한 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작가는 늘 「한 발짝 더」할 말이 있어야 작품을 쓰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창작욕을 과시했다. 『글이 사람살이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글 자체가 삶에 대한 압력이 되는 세상에서 글쟁이는 과연 무슨 노릇을 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그의 요즘 화두이다. 그럴 때 무언가 한 마디 더 할 말이 없고서야 작품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때야 비로소 글쓰기는 「비권력적」인 것이 된다는 설명이다.

 연초에 상복도 생겼지만 98년은 의미깊은 한 해가 된다. 회갑을 맞아 올해 그의 전집이 나온다. 열림원에서 낼 전집은 장편 12권, 중·단편 11권, 연작소설 3권, 동화·에세이·연구자료까지 30여권 분량. 소설은 국내 소설가전집 중에서는 처음으로 발표시기순이 아닌 주제별로 묶을 예정이다. 그는 요즘 자신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소설적 상상력과 성실성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현실의 고통 앞에 내 소설은 한낱 부질없는 넋두리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세대는 전쟁까지 겪어낸 세대입니다. 뻘판에 발을 묻고 힘을 함께 해 나가야지요』<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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