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도 넘긴 시인 김창석 프루스트 현대문학 ‘고전’/평생집념 결실 11권 나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는데 15년이 걸렸다면 김창석(75)씨는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30여년을 들였다.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는 않는 책, 「고전」을 흔히 이렇게들 말하지만 프루스트의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김씨가 이번에 완역해 11권으로 펴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국일미디어 발행)는 젊은 시절 『프루스트에 영혼을 매혹당한』 그가 프루스트를 더 많은 사람이 읽도록 하려는 평생의 집념의 소산이라 더욱 값져 보인다.
당초 김씨가 「잃어버린…」을 접하게 된 것은 일제시대 도쿄 아테네 프랑스에서 수학하면서였다. 로맹 롤랑이 자신의 작품 「매혹된 영혼」에서 프루스트를 당시 프랑스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고 꼽은 것을 보고 문고본을 찾아 읽었다.
『프루스트는 20세기문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사람입니다. 소설의 혁명이랄까, 그의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철학이고 각 편이 시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문학에 소위 「의식의 흐름」을 도입한 프루스트의 의미를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70년을 전후해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기로 작정한 김씨는 번역에만 8년, 교정에 3년을 들여 「잃어버린…」을 완역하고 85년 정음사에서 발간했다. 젊은 시절 경도됐던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순수한 우리말을 참조해 되살리고, 원작에 나오는 라틴어도 사전을 찾아가며 꼼꼼히 옮겼다.
그러나 당시 번역본의 지형은 얼마 안가 인쇄소의 화재로 소실됐다. 김씨는 2년 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내 삶을 헛 산 것같은 허망함을 느꼈다』고 했다.
소장하고 있던 번역본을 바탕으로 2년간 흐려지는 눈을 비벼가며 다시 사전을 뒤지고 교열을 보아 내놓은 것이 이번 판본이다. 일본에서도 공동번역이 아닌 한 사람에 의한 「잃어버린…」의 완역은 지난 해에야 나왔을 정도로 김씨의 작업은 의의가 크다.
그는 『이번 작업에 참조하기 위해 구입한 최신 「프랑스문학사」표지가 상권은 데카르트, 하권은 프루스트의 얼굴로 장식돼 있는 것을 보고 역시 프루스트가 현대 프랑스 사상의 원조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본업은 시작이다. 학창시절에 함께 뒹굴었던 조병화 시인 등과 동인시지 「형상」(46년)을 냈고 말라르메의 시를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했다.
최근 그는 「잃어버린…」의 구조와 같이 자신의 삶을 기억이라는 매개로 돌아보는 장시집 「나의 평균율」을 냈다. 그간 작업해온 프랑스 16세기 희극작가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판타그뤼엘」번역판도 곧 5권 분량으로 출간할 예정. 『프루스트는 처음 대하면 어렵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두번 읽으면 그 깊이와 유머에 무르팍을 치게 됩니다. 읽어나가는 실마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프루스트 예찬론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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