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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참석 방한 앨런 전 백악관 보좌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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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참석 방한 앨런 전 백악관 보좌관 인터뷰

입력
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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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청와대 인의 장막 경계를”/“최소 주 1회 서민의견 수렴 국민의 대통령 되길 남북관계 개선 등 충분한 능력·경험 지녀” 리처드 앨런(62)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23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남북관계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경험을 지닌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날 서울에 도착한 앨런 전보좌관은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에 입성하면 장막에 싸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선자는 국민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0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외교안보분야 인수에 관여하다 안보 보좌관에 임명된 그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미국방문과 김당선자 구명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 이사장을 맡고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방미 배경은.

 『나는 70년대 중반부터 김대중씨에 관한 기록을 파악하는 등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80년말 미국을 방문한 신군부 인사들이 그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우리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설득했고, 전대통령을 초청하는 선에서 타협을 이루었다. 신군부는 레이건 취임식때 초청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외교관례에 어긋나 거절한 뒤, 취임후 적절한 시기에 초청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국빈방문(State Visit)은 아니었다. 한반도 안보를 위해 신군부와의 협력은 필요했지만 백악관내에서 쿠데타 지도자를 국빈방문으로 맞을 수 없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빈방문이 아님을 분명히 했고, 82년 전두환 대통령과의 개인 만찬에서도 이 점에 대해 얘기했다』

 ­김당선자와의 인연은.

 『그는 80년대 중반 한 모임에서 나를 만나자 어떻게 독재자를 두둔(초청)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래서 나는 사건의 전모를 밝혔고 그도 우리의 노력에 감사했다. 나는 서울을 방문, 김대중씨 측근들에게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도 미국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공감을 표했다. 이후 우리는 서로 서울과 워싱턴을 방문할 때마다 만나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에도 3주전 일산 자택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당시 당선자는 레이건의 87회 생일을 축하하는 카드를 보냈다고 말했다』

 ­당선자의 취임이후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변화 가능성은.

 『당선자는 남북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특히 7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처럼 정치적으로 매우 자유롭다. 때문에 그는 남북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정상회담등을 추진할 수 있다. 남북문제에 정통한 스티븐 보스워스씨가 주한 미 대사에 임명된 것도 고무적이다. 그는 새 정부에서 누가 외무장관에 발탁되든 남북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이처럼 남북관계에 있어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진 셈이다. 남북관계에서 미국은 어디까지나 지원자의 입장에 있어야 하며 당사자간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선자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세기 동안 쌓여진 한미 관계는 한국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4자회담등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도 큰 틀은 유지하리라 생각한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은.

 『갑작스런 붕괴는 없을 것이다. 다만 느린(Slow) 붕괴는 점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에 대해 아무 준비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치가와 학자들도 나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한다. 김영삼 정부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체제 붕괴에 대해 어떠한 전략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외무부와 통일원 청와대 등의 업무협조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북한을 대미 관계에 이용하려고 할 뿐이다』

 ­한국 금융위기 지원에 대한 생각은.

 『국제통화기금(IMF) 주도하의 지원은 무조건 찬성한다. 물론 IMF가 민간 금융기관이 저지른 실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한국은 외교와 국방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위기에 처한 한국을 구해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당선자와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대통령들은 청와대만 들어가면 인의 장막에 가려지곤 했다. 당선자에게도 이 문제가 가장 위험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등에서도 이런 문제는 발생한다. 레이건의 예를 들고자 한다. 그는 백악관 입성뒤에도 전에 사귀었던 모든 부류의 사람들과 접촉을 유지했다. 그들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선자도 최소한 1주일에 한번은 외출해 노동자와 상인등 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한국 국민, 특히 젊은 사람들은 미국을 마치 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는 동맹국임을 새삼 깨닫기를 기대한다』

 ­중국 위안(원)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은.

 『최근 베이징(북경)을 방문했던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중국 지도자들로부터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없다는 안심을 받고 왔다. 그러나 중국은 필요하다면 지체없이 이 조치를 취하리라고 본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 공헌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나라가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재앙에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나는 10여년전부터 대만을 배우라고 한국 지도자들에게 권유해왔다』<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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