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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재활치료로 정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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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재활치료로 정상생활

입력
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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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력 0.3미만 시야 20도이내 경우/보조기구 사용·주변망막 이용훈련 통해/환자의 45%가량이 시력 0.6이상 향상 「건강의 창」으로 불리는 눈에도 많은 질병이 생긴다. 눈에 병이 생기면 대부분 시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치료를 잘 하더라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경,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수술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시력이나 시야가 비정상적인 상태를 저시력이라고 한다.

▷저시력이란◁

미국 안과학회는 양쪽 눈중 더 잘 보이는 눈의 교정시력이 0.3미만이거나 시야가 20도 이내인 경우를 저시력환자로 정의한다. 시력이 나빠 TV시청, 독서, 글쓰기, 쇼핑, 요리, 운전, 여행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도 재활이 필요한 저시력환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인구 1만명당 80명이 저시력환자라는 보고가 있다.

 일반인들은 저시력환자를 맹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저시력자 서비스센터를 찾은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실명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저시력에 관한 통계자료가 없지만 미국과 빈도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저시력을 제한시력이라고도 부른다. 활용 가능한 시력이 아직 남아 있어 보조기구를 사용하면 얼마든지 정상인과 다름없게 생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아직 저시력에 대한 개념이 서 있지 않고 홍보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저시력환자들이 자신을 맹인이라고 여기며 재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현재 저시력클리닉이 설치된 곳은 국립의료원, 연세대 안이비인후과병원, 공안과, 성애병원등 일부에 불과하다.

▷저시력의 원인◁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안과질환이 저시력의 원인이 된다. 국립의료원 저시력클리닉을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질환을 조사한 결과 시신경 위축이 가장 많았고, 이어 황반부 변성과 선천성 백내장, 당뇨병성 망막증, 안진, 색소성 망막염, 각막혼탁, 약시, 미숙아 망막증, 망막박리, 무홍채증등의 순이었다. 최근에는 노령인구와 성인병 증가로 당뇨병성 망막증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저시력의 재활치료◁

우선 여러 가지 질환과 환자의 개인적인 능력에 맞게 보조기구를 처방하고, 중심시력이 심하게 떨어진 환자는 살아 있는 주변부 망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치료한다. 또 적절한 조명과 독서거리를 정해주며, 보조기구를 숙련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효율적인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는 치료에 앞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원인질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저시력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느라 지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사전검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와 진료기록을 지참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사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조기구를 처방한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처음 방문했을 때 먼 곳을 보는 원거리시력이 0.1미만인 환자가 67%, 근거리 시력 0.1미만은 52%였다. 보조기구 처방 후에는 45%가량의 환자가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 0.6이상의 시력을 보였다. 원거리 시력이 0.6이상이면 버스표지판이나 거리 안내판, 먼 곳의 사람얼굴등을 알아 볼 수 있다. 근거리 시력이 0.6이상이면 성경이나 전화번호부의 작은 글씨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원거리 시력이 0.4∼0.5만 돼도 칠판글씨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재활이 가능한데도 많은 저시력환자와 가족들은 정보부족 등으로 치료기회를 놓치고 있다. 저시력 환아의 부모들이 정상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해 일반초등학교 보내기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저시력 보조기구를 사용하면 눈이 저절로 좋아지느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다. 물론 보조기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시력 자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받으면 맹인이나 다름없이 암흑 속에서 생활하던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얼마전 부산에서 찾아온 노교수가 『보조기구를 사용하면 눈이 얼마나 좋아지느냐』고 묻길래 『이미 나빠진 시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벌컥 성내며 치료를 거부하는 그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은 그는 지금은 글씨가 깨알같은 책도 잘 보게 됐다며 아주 만족해 하고 있다.

 보조기구를 처방받은 환자는 6개월 후 다시 클리닉을 방문,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를 점검받고 필요하면 다른 기구로 교체해야 한다. 시력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기구를 자주 교체해야 하므로 시력이 안정된 후 재활치료를 하는 게 좋다.

 저시력클리닉은 최근에야 국내에 등장했다. 그 규모나 사회적인 관심도 걸음마단계이다. 장애인수첩을 소지한 저시력환자는 의료보험공단에서 1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나, 홍보 부족으로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저시력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저시력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정부차원의 지원을 기대해 본다.<문남주 국립의료원 안과과장>

◎보조기구의 종류/현미경­시야 넓지만 작업거리 가까워/망원현미경­초점 20∼100㎝ 숙달훈련 필요/확대경­거리조정가능 양손작업 불편

 보조기구는 대부분 확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시력 0.1인 사람이 어떤 물건을 볼 때 그 물건이 두 배로 커지면 시력은 0.2가 된다. 원거리를 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망원경이다. 손에 쥐는 것도 있고 안경에 다는 것도 있다. 환자에 따라 적당한 배율과 종류를 처방한다. 

 가까운 것을 보는 보조기구에는 현미경, 망원현미경, 확대경, 전자광학장치등이 있다. 현미경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거리가 가까워 책에 코를 붙이고 봐야 한다. 돋보기와 같은 이중초점렌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높은 배율에도 선명한 상을 유지하는 비구면 접합렌즈를 많이 사용한다.

 망원경에 특수렌즈를 장착한 망원현미경은 초점거리가 20∼100㎝로 조금 떨어진 중간거리에서 작업하는 경우 도움이 된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대 여학생이 악보를 볼 수 없다며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망원현미경으로 아주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렌즈뚜껑을 떼내면 먼 곳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야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환자가 어느 정도 기구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한다.

 확대경은 시야가 넓고 휴대가 간편하며 작업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반면 한 손을 사용해야 하므로 양손작업이 불편하다. 손떨림이 있어 손을 고정하지 못하는 환자는 바닥에 붙여 사용하는 스탠드형을 사용한다.

 CCTV를 이용한 확대독서기, 문자음성 전환기, 저시력증강시스템(LVES)등 전자보조기구도 있다.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사용하기가 편해 미래에는 광학적인 보조기구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저시력 보조기구는 물체를 크게 확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는 범위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보조기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냥 눈으로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불편없이 사용하려면 연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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