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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 이겨낸 ‘간디’/한 감사원장 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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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 이겨낸 ‘간디’/한 감사원장 지명자

입력
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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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인권변호사 구속·투옥 가시밭길/3·1명동사건으로 DJ와 인연 「산민」이라는 아호처럼 질곡의 역경을 단아한 풍모로 극복해 온 한승헌(64) 감사원장 지명자의 별명은 「간디」.

 시인 고은은 한 감사원장 지명자의 회갑 축시 「산민요」를 통해 『우리 산민 율사는/ 웃음말고는/ 웃음속의 슬기말고는/ 통 다른 것을 지니지 않으셨네』라고 표현했다. 깡마른 체구에 유난히 크고 맑은 눈을 가진 한 지명자는 산촌의 농부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소박한 성품을 지녔다는 것이 그를 아는 재야 법조계와 문단의 중평이다.

 34년 무주 구천동 산자락인 전북 진안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한 지명자가 변호사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전란 직후의 와중에서 지방대 출신으로 취직이 어려워 고시를 보게 됐고 다행히 2번만에 합격했다』

 한 지명자는 57년 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검사로 임관, 5년간의 짧은 재조 시절을 보낸다. 고시 8회는 이회창 한나라당명예총재 배명인 전 법무장관 등 장관급 이상이 7명, 대법관이 7명이나 배출된 쟁쟁한 기수였다. 이에 비하면 그의 법조계 이력은 동기들보다 화려하지 못하다. 「자랑스럽게 살지 못할 망정 부끄럽게는 살지말자」는 그의 좌우명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한 감사원장 지명자는 65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변호사직 박탈, 구속, 투옥 등으로 점철된 가시밭길을 걸어오면서 시국사건과 필화사건의 단골 변호인이 된다. 3·1명동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사건, 민청학련사건, 「말」지사건… 유신에서 5공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문학을 사랑한 한 지명자는 문인 관련 송사는 도맡았다.

 75년에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김지하 변호인 사임 요구를 거부하고 사형제도를 비판한 글이 문제가 돼 실형을 받고 변호사자격마저 박탈당한다. 한 지명자는 생활고로 인해 83년 변호사 자격을 회복할 때까지 삼민사라는 출판사를 운영해야 했다.

 고은은 『산민은 100여건에 이르는 사건 가운데/ 단 한 번도 무죄로/ 피고를 풀어낸 적 없으시네/(중략) 그러나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는/ 역사 가운데/ 우리 산민 율사는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이기는 변호사이셨네』라고 읊었다.

 한 지명자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간의 인연은 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선한 김당선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되면서부터이다. 이후 한 지명자는 76년 「3·1명동사건」에서 김당선자를 변호했고 80년에는 급기야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연루자로 두번째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인권뿐만 아니라 지적소유권, 명예훼손 분야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과시해온 한 감사원장 지명자는 「인간귀향」 「노숙」등 시집을 여러 권 상재했다. 또 언론매체에 꾸준히 기고, 딸깍발이 선비정신을 펼쳐왔다.<이영섭 기자>

□한승헌 감사원장 지명자 약력

▲34.9=전북 진안군 출생

▲53.2=전주고졸

▲57.2=전북대 법정대졸

▲57=고시 사법과(8회) 합격

▲57=군법무관

▲60=부산지검 검사

▲63=서울지검 검사

▲65=변호사개업

▲67=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

▲75=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변호사직박탈

▲76=「3·1명동사건」변론

▲77=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집행위원

▲78=도서출판 삼민사 주간

▲80.5=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83=변호사직 회복

▲85=저작권법학회 이사

▲87=출판학회 부회장

▲88=방송위원회 위원

▲94=언론중재위원회 위원

▲95=소설가 황석영 석방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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