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규명진전·국정걸림돌 제거 의미/포괄적 뇌물죄·실명제 미적용 “한계” 23일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로 지난 연말 대선과정에서 최대 정치적 쟁점이 됐던 「김대중 비자금의혹사건」의 처리가 법적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일단 이 사건수사를 통해 비자금 의혹과 자료유출 경위 등을 상당부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과열 선거판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또는 이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제기됐던 주장들의 진위가 가려진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특정 정치인을 음해하기 위해 공권력을 불법사용하고 선거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위해 자료를 넘겨준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은밀하게 받아왔다는 사실도 이번 수사에서 재확인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정도의 실체라도 밝혀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또 차기대통령 당선자의 혐의사실을 벗겨 줌으로써 국정수행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취임을 눈앞에 둔 대통령당선자를 수사한다고 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사실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31일 수사에 공식착수할 때부터 『수사를 고발내용에 국한하겠다』 『중수부의 전인력을 투입해 2주정도에 수사를 끝내겠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비자금 의혹 ▲자료유출 ▲20억원+α설 등 세갈래로 나눠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당선자 본인은 물론 친·인척, 재벌회장 등 기업인, 전·현직 국회의원, 청와대비서실장과 민정·정무수석 등 250여명을 조사했으나 모두 「혐의 없음」이나 「불입건」으로 결론지어졌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우선 수사자체가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에 대한 조사가 대개 서면이나 방문조사로 마무리되고, 일부 정치인은 수사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결국 자료유출에 배재욱 사정비서관 이상의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개입됐는지,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가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 또는 허위·과장된 내용인 줄 알면서도 발표토록 했는지여부 등은 끝내 규명되지 못한채 의문점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또 김당선자측이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이라고 밝혔으나 지난해 한보사건때 정태수씨로부터 돈을 받았던 정치인들이 알선수재나 포괄적 뇌물죄 등으로 사법처리된 것과 비교하면 이같은 결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배비서관과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등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사표제출을 조건으로 입건조차 하지 않아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건처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김상철 기자>김상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