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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부」의 교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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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부」의 교훈(사설)

입력
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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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에 참여했던 개인이나 정권에 대한 평가는 뒷날 역사의 몫이다. 오늘로 5년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는 김영삼정부에 대한 평가도 역사의 몫임에 틀림없다. 지금 당장 그의 집권 5년에 대한 공과를 따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역사의 평가에 맡김으로써 행여 끼여들지 모를 작위를 배제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구호와 함께 출범한 김영삼정부는 오늘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훗날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어떠하든간에 현재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멍에처럼 진 채 청와대를 물러나게 됐다.

 문민정부에 대한 일반의 평가가 전혀 호의적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와 그의 정부에게로 귀책돼야 한다. 5년전 「한국병」의 치유를 통해 선진국도약을 다짐하던 기개는 간데없고 독선과 무능의 대명사로 전락한 채 물러갈 수밖에 없는 문민정부의 퇴장을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도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

 무엇이 오늘과 같이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했는가는 몇 갈래로 분석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선 본인과 주변인물들의 정리되지 않은 역사인식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정권초기 90%가 넘는 여론지지도가 그를 독선에 빠지게 했는지 모른다. 또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인선이 시종 그와 정부를 괴롭혔다. 특정지역 특정학교 중심의 편중인사가 결국 인사를 만사가 아닌 망사가 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내몫챙기기는 국가를 더욱 헤어날 수 없는 수렁의 길로 내몰았다.

 어디 그 뿐인가. 「내가 가는 길은 절대 선」이라는 그의 아집과 독선은 더욱 국가경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도자의 절제되지 않은 과욕은 결국 국난을 자초했다. 정치자금을 단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칼국수 개혁」약속은 가신들이 먼저 허물었고 경제정의실천 약속인 실명제는 한때 「소통령」이라던 둘째 아들이 훼손했다. 이런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언론의 문민정부 5년 결산에는 「독선」과 「무능」, 「깜짝 쇼」라는 단어가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6·25전쟁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한파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그의 공까지도 전부 과로 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을 우리 사회의 중심과제로 등장시킨 일이나, 정치군인을 병영으로 돌려보낸 일등 그의 공도 많다. 그러나 그의 공은 이제 훗날 역사가 평가해야 할 문제로 남게 됐다.

 우리는 오늘 문민정부의 쓸쓸한 퇴장을 지켜보면서 성공적인 반독재투쟁이 곧 성공적인 국정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정이 아스팔트 가투 열정만으로 수행될 수 있는 그런 한가한 과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새 정부에도 반면교사이자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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