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다 명분 얻어/일단 중대한 돌파구 극단으로 치닫던 이라크 사태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막판 중재로 벼랑끝에서 일단 멈춰 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난 총장은 22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무제한적인 무기사찰에 합의함으로써 미국의 무력공격 초시계를 정지시켰다.
이라크는 이번 합의에서 무기은닉 의심 시설, 특히 대통령궁에 대한 유엔특별위원회(UNSCOM)의 사찰을 무기한 허용키로 했다. 당초 이라크는 특정시설에 대한 사찰이 60일 이내로 제한돼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라크는 또 UNSCOM 단원이 미국인 위주로 불평등하게 구성됐다는 기존의 이의를 철회함으로써 UNSCOM 체제의 불가침성을 인정했다. 이중 사찰기한 철폐는 화학무기 시설로 전용가능한 제약공장이 사찰단의 지속적인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로 해석된다. 결국 이것은 이라크내 대량파괴무기 해체를 규정한 91년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들이 재보장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위기의 해소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문제는 이번 합의에 따른 세부사항이 과연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평가에 상당히 유보적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미국은 무조건적인 사찰 원칙에 못미치는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무력공격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번 합의가 지난해 10월29일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선언 당시로 단순히 회귀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라크의 체면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중대한 돌파구임에 틀림없다. 이라크는 유엔의 중재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또 미국의 독단에 대한 국제여론 환기, 아랍권 지지 확대, 원유수출 확대란 부수입도 올렸다. 미국으로서도 유엔의 중재를 미군사력의 뒷받침 아래 이뤄진 외교적 승리로 규정하면서 철군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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