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부상… 중기선 냉가슴 「파란 눈의 기업사냥꾼들은 알짜 중소기업을 선호한다」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이 재계의 핵폭탄으로 등장한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상당수 우량 중소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집, 최대주주 지분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M&A 방어력이 취약한 반면, 자본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주식을 추가매입하기도 그만큼 쉬워 기업사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 최대주주기업 속출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의 외국인지분은 이날 현재 49%로 국내 최대주주인 이민화 메디슨 사장의 6.30% 지분을 7배 이상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지분을 제외할 경우 외국인지분은 49.16% 달해 외국인들이 사실상 주식지분의 절반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외국인지분도 38.85%로 급증한 반면 국내최대주주 지분은 11.44%에 그쳐 외국인들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웅진출판도 외국인지분이 33.39%로 국내 최대주주 지분(29.87%)을 앞서고 있다.
서흥캅셀은 국내 최대주주 지분이 47.52%에 달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나, 외국인 지분이 38.58%에 이르고 있는 데다 주식매집이 지속돼 치열한 지분다툼이 예상된다.
◆기업사냥 무방비 상황
물론 외국인들의 지분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한 동일지분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식을 매집한 실체도 베일에 가려 있다.
그러나 증권가와 M&A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징후와 해당기업들의 M&A 방어능력을 감안하면 기업사냥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모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을 통해 메디슨 등의 주식을 집중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증권사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몇몇 기업의 M&A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투자를 부추기고 있고, 미국계 투자펀드 등이 소유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5%(지분 5% 이상은 의무적 신고사항) 미만의 지분을 분산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정외국자본이 기업사냥에 나서 본격적으로 나서 우호세력을 끌어들일 경우 경영권을 넘길 수 밖에 없는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기업사냥이 이루어지 않더라도 외국인 지분이 50% 안팎에 이르면 사정은 또 다르다. 외국계 주주들이 힘을 모아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거나 주총에서 경영방침을 반대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져 기존 이사회는 제구실을 못하는 사실상의 M&A상황에 처할 공산도 크다.
◆기업들의 대응
해당 기업들은 주식을 매집한 외국인들의 실체 파악에 나서고 우호세력을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한계상황에 와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급증하고 있는 A사의 관계자는 『외국자본이 기업사냥을 시도할 경우 국내 주주들의 애국심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외국자본과의 공동경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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