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들이 문턱이 닳도록 의원회관에 드나들었다. 「재미 봤어?」 「어떤 종목이 돈이 돼?」 등이 의원끼리 주고받는 인사였다. 종목별 주가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의원 개인사무실에 서너대씩 있었고 증권맨을 스카웃해 비서로 쓰는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차마 모니터를 들여 오지는 못했지만 내방객을 기다리게 하고 주가방송을 듣는 의원, 황급히 공중전화로 달려가 거래 주문을 하는 의원의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일임 거래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차명으로 하면 탄로날 염려도 없었다』 한 유력정치인의 전보좌관이 도쿄(동경)신문에 전한 거품경제 당시 일본 국회의 모습이다.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 일임거래가 현재는 어떤 형태로 변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정치토양이 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과 주식은 영원한 테마다』
지금 일본에서는 정치인의 주식거래를 둘러싼 논란이 무성하다. 『수백명이 같은 수법으로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데 왜 나만 희생돼야 하느냐』고 항변했던 고 아라이 쇼케이(신정장경) 의원의 자살을 계기로 정치인과 주식의 투명한 관계를 요구하는 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언론은 연일 제도적 장치를 촉구하고 있고 연립여당내의 사민당을 비롯, 민주당 등 야당도 같은 입장이다.
구체적인 투명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의원재산공개법을 최소한 「각료수준」으로 개정하고 벌칙을 강화하자는 것. 법률상 각료는 주식 거래를 「자숙」하고 보유주식을 신탁해야 하지만 의원은 보유주식의 종목과 총액만 신고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의원들의 비리를 막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그런데도 자민당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19일 세키야 가쓰쓰구(관곡승사) 정치개혁본부장이 「각료 수준」을 제안하고 나서자 가토 고이치(가등굉일) 간사장은 20일 『20년전 선배의원들은 실물경제 감각을 익히라고 주식거래를 권했다』고 넌지시 반대의사를 표했다. 무토 가분(무등가문) 행정개혁추진본부장은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는 마당에 정상거래까지 규제해서는 안된다』,마쓰나가 히카루(송영광) 대장성장관은 『주식거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이하불정관)」,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세마저 잊은듯한 자민당의 무신경은 지겹도록 그런 장면을 겪어 온 국외자의 눈에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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