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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경수로 분담금/박재규 경남대 총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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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경수로 분담금/박재규 경남대 총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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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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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 후 고민해야 할 문제가 수 없이 많아졌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추진하고 있는 경수로 건설비 분담금 문제도 그중 하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총공사비는 51억7,000만달러 정도이며, 이중 한국이 35억달러, 일본이 10억달러, 미국이 나머지 6억7,000만달러중 3억∼4억달러를 부담하기로 되었다고 한다. 물론 공사비는 앞으로 물가상승 등 주변여건 변화에 따라 약 10억달러 가량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 예상이다. 어쨌든 KEDO에 참여하는 회원국간에 분담금 협상이 조만간 착수되겠지만, 이러한 대강의 분담규모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 애초 일절 부담하지 않기로 했던 미국이 이 정도나마 부담키로 한 것은 한국경제가 나빠지는등 최근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5억달러로, 1달러당 1,600원으로 계산할 때 무려 5조6,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지금 한국경제 형편으로 볼 때 과연 이 많은 액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액수는 우리 정부가 하루에 약 15억원씩 10년간 부어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고 이미 착수된 경수로 건설사업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 정말이지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애초 이 사업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다. 북한은 이 사업을 지원받는 대가로 기왕의 핵개발을 통해 얻은 연료봉을 봉인하고 더 이상의 핵개발사업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한국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더 적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에너지난을 덜어 줌으로써 북한의 경제회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장차 남북이 통일될 때를 대비해 미리 투자한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경수로 건설사업은 그 자체로 상당한 가치를 갖고 있는 사업이며 이에 대한 공감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대안은 우리가 부담해야 할 액수를 줄이고 다른 참여국들의 부담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대한 미국과 북한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 비율이 가장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담비율을 회원국들중 가장 높게 유지하더라도 현재 언급되는 35억달러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와같은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형편을 국제사회에 설득력있게 알려야 한다. 막무가내식으로 분담금을 줄여달라고 졸라대면 오히려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신중하고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지 않는 선에서 우리 실정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한가지 방안으로는 향후 발생할 추가비용에 대한 한국의 분담을 유보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만일 한국경제가 회복되어 여력이 생기면 그때가서 다시 분담금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분담금을 줄이는 방안이 어렵다면 협상에서 확정된 분담금 투자일정을 조정하도록 해야 하겠다. 경수로 건설사업은 2003년까지 완공하기로 되어있으므로 한국의 분담금이 이 사업 후반부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또는 미국과 일본 등 다른 회원국들의 선지원을 설득하여 한국이 경제위기로부터 탈출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울러 현재 한국의 부족한 외환사정을 감안하여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부터 장기저리차관을 분담금의 일부분으로 차입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우 군색한 방안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다.

 애초에 한국이 경수로 건설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자임하고 이른바 「한국표준형」 원자로 건설을 KEDO 설립협정문안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은 이 사업이 비록 국제컨소시엄에 의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남북경협의 일환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따라서 북한 역시 비용분담 문제가 KEDO내의 사안이라고 도외시 할 것이 아니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 북한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경수로 건설사업은 그 단적인 예이다. 물론 북한이 비용분담을 줄여 줄 수는 없다. 양상은 다르지만 경제위기에 봉착한 남북한이 협력적인 분위기를 보인다면 이는 한반도를 보는 주변국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남북한의 경제위기 타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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