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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좀 더 사려깊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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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좀 더 사려깊게(사설)

입력
1998.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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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 이상론이나 당위론을 앞세우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감상적 통일지상주의야 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통일문제에서 환상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의 경험칙이 웅변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본란을 통해 거듭 새 정부가 통일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신중하고 사려깊은 자세를 견지해 주도록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은 IMF 한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국가적 과제이자 초미의 관심사다. 정책에도 우선순위가 있듯이 화급한 경제난 극복에 주력한 연후에 통일문제를 다루었으면 하는 것이 일반의 정서다. 통일문제도 미룰 수 없는 사안이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경제난 해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다.

 김당선자가 지난해 당선기자회견에서 1년내에 획기적인 남북관계개선 약속과 함께 그 구체적 추진방향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을 때 나타난 냉정한 여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김당선자만큼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도 드물다. 통일문제에 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경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이미 70년대초에 한반도 통일방안으로 4대국 보장론을 주창한 바 있다.

 그러나 통일문제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북한이라는 변화를 거부하는 엄연한 상대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북한은 지난 18일 자신들의 정당·사회단체연합회의에서 이른바 「연북화해」 조건으로 예의 국가보안법과 안기부의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가보안법이나 안기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무력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무장간첩, 심지어는 무장잠수함까지 보내 우리의 허점을 살피는가 하면 선거기간에는 부부간첩을 보내 정국교란을 획책하지 않았던가. 보안법이나 안기부는 우리의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장치다. 이를 또 시비하는 북한에 과연 화해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문민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취임사에서 「이념이나 사상보다도 민족이 우선」이라며 1주일후 이인모 노인을 북에 보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던가. 그때도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강풍」보다는 「햇볕」이 적합하다는 「햇볕론」이 등장했었다.

 이처럼 상황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참담한 실패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지상주의가 아니라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천천히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성급한 대북정책은 또 우방의 오판을 초래케 할 우려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관건은 우리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둘러 이 「빗장」을 열어 제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거듭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게 추진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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