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기구와 인원, 경비를 대폭 감축하는 「거품빼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한국언론도 거품빼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거품성장과정에서 언론사들은 무제한의 물량경쟁으로 비용이 증가해 경영수지가 나빠졌고 많은 금융차입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 자금난을 악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언론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과는 달리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언론개혁이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박지원 당선자대변인은 최근 국민회의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한다는데 언론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언론이 자율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한파와 정권교체의 와중에서 언론개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일부 재벌이 신문경영에서 철수키로 한 것이 이 주장의 근거이다.
지역언론계에서는 「악사가 양사를 구축한다」는 말마저 떠돈다. 그레샴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을 빗대 현재의 지방언론상황을 표현한 경귀이다. 80년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을 통해 「1도1사」를 만들어낸 뒤 18년만에 IMF에 의해 강제되는 언론계 지각변동이 있을 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정상적으로 봉급을 주는 회사는 도리어 어려움을 당하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경쟁력있는 회사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어쨌든 언론개혁은 새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인위적인 언론개혁은 자칫 언론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통제, 즉 언론자유의 침해로 매도되기 쉽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도 최근 일산자택에 국민회의 관계자들을 불러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며 언론을 통제하려는 발상을 없애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신문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소유 및 경영구조의 개혁, 시장질서의 확립, 취재보도 체제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중 언론의 독과점해소를 제시한 성균관대 이효성(신문방송학과)교수의 의견이 관심을 끌었다. 이교수는 『언론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언론시장에 독과점이 형성돼 소수의 견해나 주장만 나타나고 언론자유가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며 『언론을 시장에 맡겨놓되 언론시장을 과점하는 상황을 막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귀담아 들어볼만한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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