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케이! 빌고 빌어라”/고씨 “불특정 정치인 가리킨것” 25일 자정 보신각에서 열리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축하행사에서 축시를 낭송할 시인 고은(65)씨가 김영삼 대통령의 실정을 통박하는 듯한 시를 발표했다. 고씨는 계간문예지 「당대비평」봄호에 「어느 정치인에게 몰래 말함」을 발표, 김대통령의 영문이니셜을 연상시키는 「사랑하는 케이」에게 「빌고 빌어라」라고 말하고 있다.
시의 전문은 「사랑하는 케이!/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너는/네 할아버지 제삿날 절할 수도 없다/당장 떠나라//톱날 수평선을 이마에 긋고/떠나라//너에게 남은 두 손이 있다/얼마나 다행이냐/빌고 빌어라//비는 무쇠탈이 빌지 않는 가죽탈보다 낫구나」라고 돼 있다. 그러나 고씨는 케이에 대해 『김대통령이나 강경식씨등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불특정의 정치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의 동지였던 고씨는 96년에 펴낸 전작시집 「만인보」에서 「김영삼」을 「이상한 순풍이었다/…그가 탄 배는 뱃머리가 늘 힘찼다/…79년 여름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그의 직관적인 결단으로/YH노동자들 신민당강당 농성을 승낙해주었다/그것이 유신체제가 쓰러지는 바퀴소리일 줄이야」라고 읊은 바 있다. 「만인보」에 실린 「김대중」은 이랬었다. 「그는 고난의 화신이었다/…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하지만 오직 하나/그가 바라는 것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아직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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