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일 의총에서 「김종필 총리」 임명 동의안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함에 따라 정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키로 한 이상 다른 묘수를 찾거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김종필 총리 국회인준은 힘들게 됐다. 그러나 새집권세력은 김종필 총리를 이미 내정해 놓고 있어 총리인준이 부결될 경우 정국은 단순한 여야의 경색관계를 넘어 장기간의 국정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반대이유는 김종필씨가 「청산되어야 할 3김」중의 한명이며 그가 총리가 되면 내각제 개헌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점 등이다. 그러나 그 반대이유는 명분이 약하다. 한나라당이 청산대상으로 삼았던 3김중 한명을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DJP연대 또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또 내각제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결속하여 반대한다면 DJP연대가 아무리 위력이 있더라도 실현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안을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당내사정 때문이라는게 주지의 사실이다. 김종필총 리안이 이뤄지면 한나라당은 복잡한 당내역학구조로 그 세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복잡한 당내사정을 해소하고 집권세력의 협력체제에 금이 가게 함으로써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나라당은 총리인준 거부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는 여야 어느 편을 들고 싶지 않다. 다만 한나라당이 앞서 거론한 사안들을 거부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실로 문제를 삼아야 할 부분은 김종필씨가 총리로서, 또는 연합정권의 2인자로서 과연 국정을 잘 이끌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박정희 김영삼 시대에 이미 2인자 노릇을 한 그가 김대중 정부에서도 2인자 역을 맡을 만한 재량이 있느냐를 면밀히 따지고, 이에 따라 당론을 정하는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정권출범초에 대통령이 제시한 총리안을 거부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도 한나라당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종필 총리안이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킨 데는 김종필씨의 책임도 크다. 그가 처음부터 인사청문회에 나가 떳떳이 그의 정치적 소신과 역량을 피력했다면 이처럼 어지러운 정국연출은 없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바로 자기자신을 위해 떳떳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새정부가 김종필 총리인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투표불참이니 백지투표니 하는 거친 방법을 사용하지 말고, 정상적인 무기명 비밀투표와 소속의원들의 자유의사를 통해 그에 대한 신임을 물어야 한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그때부터 국정의 모든 책임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귀착되고, 부결되면 국정혼란의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이 지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야당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가 없었다. 국민에 충실한 야당으로서 새 정부에 반대할 사안이 있는가 하면 적극 협조해야 할 때도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조직개편안이 지난번 국회에서 누더기가 되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대야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