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 등 “문화재 관리 차질” 큰 반발/문화부 청사 분산이전 계획도 철회요구 새 정부가 문화를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조직개편심의위가 99년부터 지방국립박물관의 지자체 이관, 국립극장의 민영화방침을 밝히자 반발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100대 공약중 문화부문 공약이 빈약한 터에 문화관광부를 과천으로 옮긴다는 방침까지 알려지자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박물관 이관 한국고고학회(회장 김종철 계명대 교수)등 13개 고고·역사학회와 문화재위원회(위원장 고병익)는 21일 성명서를 발표,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9개 지방박물관의 관리를 지자체에 이관키로 한 방침의 즉각철회를 요구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국립박물관 현황보고서를 내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지자체 이관이 이루어지면 국가차원의 문화재 관리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출토된 문화재는 국고로 귀속되며, 관리는 국립박물관이 맡게 돼 있어 지방박물관을 이관하면 문화재 10만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완공되는 2003년까지 임시건물을 사용하는 중앙박물관은 공간이 없어 지방박물관에 위탁관리해야 한다. 이 경우 매장문화재 관리는 개발위주정책을 펴는 지자체의 지배를 받게 돼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유물을 대여받은 지방박물관의 전시유물도 반환해야 하므로 지방박물관은 상설전시가 불가능해진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이 개선되지 않는한 지방박물관을 정상운영할 수도 없다. 전주박물관의 경우 97년 예산이 20억3,000만원인데 비해 총입장료수입은 2,8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국가예산으로 충당했다. 이종철 관장은 『400원인 입장료를 수십배 올리더라도 정상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지자체가 이 부분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임효재 교수는 『학예직 공무원의 이직, 퇴직으로 업무공백까지 생기면 전시와 연구조사업무의 저질화도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사 이전 신설된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이 광화문의 기존 문체부청사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신영균)등 11개 문화예술단체는 20일 성명을 발표, 『문화관광부의 과천이전을 반대한다』며『 문화에 대한 푸대접과 경시풍조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화문청사가 문화의 거리인 인사동과 경복궁과 가까워 문화중심이라는 상징성이 높고 국립중앙박물관등 중요 기관과 예술단체가 주변에 있어 유기적 업무수행을 위해 현재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 관광 체육 청소년업무에 공보처의 신문·방송업무까지 흡수한 문화관광부를 과천으로 옮기면 청사사정상 서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상반기에 문화재관리국도 대전으로 옮기는데 막대한 이전비용을 써가며 청사를 옮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립중앙극장 민영화 예술인들은 장기적으로 정체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영화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시한을 99년으로 못박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의 이상만(음악평론가)이사장은 3월26일 관립예술단체 민영화를 주제로 첫 공개포럼을 열 계획이다. 그는 『미국의 링컨센터나 케네디센터처럼 우리도 기간시설 제공은 국가가, 운영은 민간이 맡는 새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기획자 강준혁(스튜디오 메타 대표)씨는 국립극장을 재단법인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어떤 형식이든 정부가 임명권을 행사한다면 자율화에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길륭 국립극장장은 『섣부른 민영화로 경영마인드가 도입되면 대관료와 입장료가 높아지고 공연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서사봉·김희원 기자>서사봉·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