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체 자금난 ‘허덕’ 수출총력체제를 흔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자금난이다. 신용장체계로 움직이는 금융시스템의 마비는 업계전체를 자금난으로 몰아가고 있다.
수출규모 2억달러가 넘는 중견 업체 J사의 자금난은 현재 수출업체가 처한 벼랑끝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회사 관계자는 『외화난 이전보다 최고 6∼8배의 자금이 한꺼번에 필요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대기업 중소기업할 것없이 자금난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환율이 2배가까이 뛴 상황에서 ▲외화난 이전에 이루어졌던 외상수입분 유전스(외상 통상 90일)의 만기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원자재수입대금 ▲결제되지 않은 수출대금 등 3배의 자금수요가 생겼고 여기에 이자까지 감안하면 6∼8배의 자금이 동시에 몰린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수입보다 수출이 배나 많아 탄탄했던 업체가 지금은 협조금융신청에 기대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업체 자금난의 핵심은 관계당국의 거듭되는 당부와 독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지부동인 은행권의 수출입지원체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은행들의 수출환어음 매입(네고)은 하루 평균 1억9,000만 달러수준에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가 심화되고있던 12월의 평균 2억2,000만달러에도 못미칠뿐 아니라 11월 평균 3억달러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재도입의 목줄을 쥐고 있는 수입신용장의 개설실적도 올들어 하루 1억8,500만달러수준에 머물러 있다. 12월의 1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조금 늘어났지만 11월 하루평균 3억1,000만달러에 비해 40%이상 줄어든 액수다.
신용장결제가 상당부분 되지않는 것은 물론 은행창구에서는 외환수수료의 부담과 네고에 따른 꺾기 등 다양한 걸림돌들이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들은 현금과 다름없는 일람불 신용장의 네고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으나 외상수출인 유전스(통상 90일)의 경우 부동산이나 예금담보를 요구하거나 실세금리(20% 이상)에 육박하는 환전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원화로 신용장결제를 해주는 대신 일정부분을 다시 예치해줄것을 요구하는 「꺾기」도 일부창구에서 강요되고 있다. 환전수수료의 경우 한국무역협회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에 제소할 만큼 심각하다. 최근 약간 내리기는 했지만 외환위기이전 보다 여전히 10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무협의 신원식 상무는 『자금난의 핵심은 환난이후 급전직하한 신용의 문제』라며 『국가 은행 기업 모두의 신용이 떨어진 상태여서 현금이나 다름 없는 일람불 신용장이외에 은행 기업의 신용을 토대로 진행되어온 기한부신용장 등 다른 시스템은 특단의 조치가 있기전에는 단기간내 회복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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