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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인계인수(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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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인계인수(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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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경기에서 우리나라 팀이 금메달을 따는 감격적인 장면을 보았는가. 2위로 달리던 한국팀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놓고 안상미의 절묘한 엉덩이밀기의 터치로 최종주자 김윤미가 선두에 나서면서 결승점에 1위로 골인했다. 정권과 정권의 바통터치도 이래야 할 것이다.

 김대중 새대통령의 취임식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2월18일의 대선이래 2개월여동안 우리나라는 바통존 속에 있었다. 정권의 인계인수기간이었다. 여당에서 여당으로라는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이므로 모델이 없는 정권이양이다.

 대선 이후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두 사람의 대통령이 존재해 왔다. 차기 대통령은 내내 서 있었고 현직 대통령은 오히려 앉아 있었다. 김대중 당선자는 선거의 피로도 씻을 겨를 없이 동분서주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칼국수회식 아닌 고별만찬회를 하고 있었다. 신문·방송은 연일 차기 대통령의 동정만 좇았고 현직 대통령의 이름은 거의 들먹이지 않았다.

 이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태풍 속을 항해중이었다. 누가 선장인가. 한나라에 두 사람의 대통령이 있다는 말은 한 사람의 대통령도 없다는 말이 된다.

 IMF체제라는 비상사태가 이런 비상한 과도기를 낳기는 했다. 위난의 나라를 인수받는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대외적으로 차기 정권에 대한 신인을 보장받아야 했고 대내적으로 구난의 긴급조치를 착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취임때까지 기다릴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현직 대통령은 국가 파산의 책임과 정권말기의 해이 때문에 무기력해 있었다. 대통령직을 기권한 듯이 보였다.

 새 정권측은 먼저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외채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했을 때도 단장은 현정부측이 아닌 새 정권측이었다. 고용조정을 위한 노사정 위원회가 차기대통령의 참석하에 발족되었다. 현정부대표로 경제부총리와 노동부장관이 참가했지만 위원장은 국민회의측이었다. 재벌 총수들을 불러 구조조정의 합의를 받아낸 것도 차기 대통령이었다.

 이쯤되면 이 난국에 현정부가 한일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현직과 차기 대통령이 그동안 주례회동을 가져 조율을 해왔다지만 현직은 차기에 고개나 끄덕였고 차기는 현직에 퇴임후의 「평화」나 기원했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의 이런 발빠른 행보에 국민들의 다수가 박수를 보내고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참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시기가 아직 아닌 것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건지는 노력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듯이 현직·차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항상 권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권이양기요 정부가 무능·무력하기로서니 권한을 단 하루라도 포기하는 정부는 넘겨줄 가치가 없는 정부다. 마찬가지로  권위를 단 하루라도 무시하는 것은 다음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기 정권을 맡을 국민회의­자민련 연대는 아직 여당이 아니다. 언론들이 성급하게 여당이라 부르고 있지만 지금은 차기 대통령의 취임 전이다. 그렇다고 여전히 야당이라 할 수도 없는 이 정권의 환절기는 비여비야기다. 이런 시기에 벌써 정권을 인수한 듯한 모양새여서는 안된다.

 정권이양 자체의 책임을 맡은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였다. 이 인수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인수위라면 전정권의 재고조사가 주임무일 것이다. 물량뿐 아니라 정책도 점검은 해야 한다. 그래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적시하고 복안이 있으면 새 정부에 건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인수위는 「100대 국정과제」 등의 발표에서 보듯 새정권의 정책입안 기구처럼 되어버렸다. 국정의 방향 제시라지만 세부 시행방침까지 나와 있어 국민들에게는 확정된 정책인 것처럼 비쳐졌고 그렇다면 앞으로 5년동안 내각이 할 일은 뭐냐는 지적도 나올만큼 되었다.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전례없는 일이라 정권 인계 인수 방법의 선례를 지금 만들고 있다. 오늘의 위급한 상황에서는 그것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양해한다 하더라도, 선례가 악용되지 않을 정권인계와 인수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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