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진 의혹, 조작된 과거사를 밝히되 서두르지 말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은 20일 「DJ 과거사」 규명이 현안으로 부각되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국민회의,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수석진이 마치 입을 맞춘 듯 한 목소리를 냈다.
정동영 당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드시 밝혀야 하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안정시킨 후 공정한 기관을 만들어 일괄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인수위에서 청와대 비서진의 한 관계자는 『마녀사냥식으로 두서없이 과거사 규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폭로경쟁이 일어나면 정치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여권 내부에 「선 경제회복·정치안정, 후 진상규명」이라는 가이드 라인이 설정됐다는 얘기다.
사실 새 정부 출범 직후 과거사 문제를 다루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게 돼있다. 우선 새 정부는 「DJ 비자금의혹 폭로사건」과 오익제 월북사건 등 「북풍조작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야 한다. 외환위기 국가부도위기 등에 대한 경제청문회도 감사원 특감에 이어 이루어질 예정이다. 새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보기관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공작과 음해정치에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기관과 시스템의 개혁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의 외환위기특감, 개인휴대통신(PCS)특감에 이은 경제청문회에서 관계부처 관료들의 책임이 드러나면, 이 역시 책임추궁을 면할 길이 없다.
이처럼 당장 다루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과거사까지 문제삼는다면,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논쟁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이는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경제위기로 이어져 결국 새 정부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김당선자측의 판단이다.
김당선자의 한 측근은 『지금 여러 채널을 통해 과거사와 현안들에 대한 엄청난 제보가 밀려들어 오고 있다』며 『심정적으로야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나라를 생각해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당선자는 과거사는 물론 현안을 다루는 데 흥분해서 안되며 궁극적으로 제도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과거사 규명의 순연도 차분하고 순리적인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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