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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미수 규명돼야”/공개된 「DJ납치 실태조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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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미수 규명돼야”/공개된 「DJ납치 실태조사 보고」

입력
199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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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KT공작」 가담 46명 역할 등 상세수록/이철희씨 “이후락 지시” 암살계획은 부인 19일 언론에 공개된 「KT공작요원 실태조사보고」는 중앙정보부가 김대중씨를 납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이를위해 국내외 공작요원들을 입체적으로 동원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KT공작」은 중앙정보부가 김대중씨의 영문 이니셜을 따 만든 암호명이다. 중앙정보부가 대외비로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조사보고」문건에는 김씨를 일본 도쿄(동경)에서 서울까지 납치했던 중정요원 25명과 김씨를 오사카(대판)부두에서 부산까지 실어나른 「용금호」 선원 21명의 명단 및 역할 등이 상세히 수록돼 있다.

 이 문건의 내용은 또 사건당시 중앙정보부 차장보로, 범행에 직접 관여했던 이철희씨의 증언과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씨 납치사건은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73년 봄 나를 궁정동 안가로 불러 「김대중을 무조건 한국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에따라 중정 해외공작팀이 공작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당시 나와 하태준 해외공작국장(8국장)은 이부장의 지시를 두차례 반대했으나 이부장이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라고 말해 밑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취소되는 명령이 아닌 것으로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증언은 그가 이후락씨를 제외하곤 납치사건의 중정내 최고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문제는 그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이씨는 『이후락 부장의 지시는 분명히 「납치」였다』면서 『만약 암살할 계획이었다면 해외공작팀이 아닌 다른 팀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말은 김대중씨 자신은 물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의 증언내용과도 정면 배치된다. 김씨는 사건발생 5일만에 풀려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괴한들이 (일본의)호텔에서 나를 토막내 살해하려다 발각되자 바다에 수장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또 납치사건 당시 미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이었던 그레그 전대사는 93년 9월 「김대중 선생 살해미수 납치사건 진상조사위」에서 『하비브 당시 주한미대사가 「납치범들이 김씨를 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납치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증언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씨를 수장시키려던 당초 목적이 미국의 개입으로 좌절됐다는 게 통설로 굳어져 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19일 『김대중씨 납치사건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단순납치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 음모극』이라고 규정했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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