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와 죽은자 돌보는 ‘하얀 고무신의 천사’/무의탁노인 집에서 돌보며 고교생에 신장 ‘선뜻’/꽃동네 수의보내기도 8년째 『죽은 자(망자)와 숨쉬는 자(생자) 모두를 보듬는 등불이 되자』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며 생면부지의 고교생에게 신장을 기증한 장의사 오창석(48·경기 안산시 수암동)씨가 지녀온 신념이다.
장의사로 일한 지 15년째인 오씨는 지난 13일 한양대병원에서 10년간 신부전증으로 고생해온 송장훈(18·동양공고 전자과3)군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오씨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오군에게 『젊은 사람의 장기를 받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미안해서 어쩌지』라며 농섞인 말을 건네 송군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신장이 온전하게 기능을 발휘할 때 남에게 주고 싶었다』는 그는 『부디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씨가 신장 기증을 결심한 것은 수년전 서대문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된 유괴범의 염을 하면서부터. 오씨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불렸던 범인이 죽기전에 자신의 잘못을 회개했다는 말을 듣고 「산 자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90년부터 무의탁 노인들을 집에 모셔왔다. 지금도 부인 김순희(47)씨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3명을 돌보고 있다. 또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마지막 길은 새옷을 입고 가야 한다는 믿음」에서 8년전부터 충북 음성 꽃동네에 보낸 수의가 800여벌에 달한다. 장의업을 하다보니 혼자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의 양로원 「섭리의 집」등 네곳의 불우시설에 매년 2,000여포기의 김장김치도 담궈 보내고 있다.
월수입 300여만원이 항상 빠듯해 정작 자신은 변변한 양복 한벌도 없다. 언제나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녀 동네에서 「하얀신의 천사」로 통한다.
오씨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4세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일본인 어머니는 어린 두 동생만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꾼 어부 등을 전전했고 구걸로 연명했다. 안양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오씨는 『지금껏 아무도 몰래 남을 도와왔는데 큰일 났다』고 한사코 기사화하는 것을 만류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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