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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싱그럽게 삽니다

입력
1998.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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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귀농 권국원씨­강화 순무 포장김치 수출 부푼꿈/96년 귀농 이기영씨­2,750만원 투자해 전원생활 만끽 서울밖에서는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났다. 처음 해본 농사일이지만 농촌은 비옥한 흙처럼 그들이 단단히 뿌리내리게 도와주었다.

 서울서 나고 자란 권국원(47·인천광역시 강화군 선원면 연리)씨는 40대 초반인 94년에 과감히 은행 차장직을 버리고 농촌으로 돌아왔다. 권씨는 상고 졸업후 서울은행에서만 25년간 근무한 외길 인생. 회사 정기검진에서 간기능 이상을 발견한 것이 직접적인 귀농의 계기가 되었다.

 아내 계혜경(47)씨는 아들 선욱(18)이의 교육문제를 들어 반대했지만 권씨는 농촌에서 순무김치 사업을 하겠다는 복안을 밀고나갔다. 그는 은행에 다니던 90년 방송대 농학과에 입학한 「준비된 농민」. 부모님의 고향인 강화에 밭 4,000평이 있었고 명예퇴직으로 받은 2억 5,000만원과 아파트 판 돈 3억등 귀농 자금은 풍부했다. 집(35평)짓는데 6,000만원, 땅 임대 및 매입하는데 2억, 하우스 설립하는데 든 비용등 4년간 약 7억을 투자했다. 95년 수입은 6,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들어서야 1,000만원 정도 흑자가 났다.

 농사짓는 법을 몰라 버린 돈도 많았다. 첫해 3,000평에 고구마 감자를 심고 무농약을 고집하는 바람에 거의 소출을 못본 것이 첫 실수. 「강화순무골」포장 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권씨는 앞으로 일본 미국등에 수출도 꿈꾸고 있다. 아내 계씨는 오랫동안 시골생활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지만 지난해 남편의 전직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는 『일찌감치 준비하길 잘했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권씨가 건강해져서 「대만족」이다.

 권씨가 큰 돈을 들인데 반해 96년 귀농한 이기영(40·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씨는 농지 매입비로 2,750만원정도만 썼다. 집은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의 텃밭 농사를 지어주는 대가로 아랫채를 공짜로 빌렸다. 서울출신으로 대우에서 12년간 근무한 이씨는 96년 퇴직한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홍성 농민을 알게 돼 홍성에 정착하게 됐다. 『농촌 주민들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연고가 없으면 아는 농민을 통해 정착하라』고 이씨는 말한다.

 97년 논 4,300평 밭 1,200평을 갈아 쌀 35가마를 수확했으나 아직 100여만원 적자다. 아파트 판 돈과 퇴직금을 은행에 예치해 나온 이자소득까지 합한 계산이다. 그래도 이씨는 즐겁다. 그는 『땅과 주택을 사서 귀농할 필요없다. 빌리거나 무상으로 얻을 수 있고 농지 매입후 8년이내에 팔면 양도세를 물게 되므로 투자는 신중하게 하라』고 일러준다. 『비인간적인 도시생활이 싫어 생산적인 농업을 선택했다』는 아비의 생각처럼 초등학교 1,2년생인 아들 둘은 들판을 달리며 보리싹처럼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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