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한 버스업체가 100원짜리 동전 5,000개가 든 부대로 월급을 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IMF시대를 맞아 돼지저금통에 사장된 동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동전 유통량이 종전의 4∼5배로 급증했다. 은행들도 지점마다 2억∼3억원어치씩 동전이 쌓여 지폐로 바꿔줄 재간이 없다고 한다. 버스업체는 하루 수천만원씩 들어오는 동전을 지폐로 바꾸기 위해 트럭에 싣고 헤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커다란 돌돈을 굴려가야 물건을 살 수 있는 석기시대로 되돌아갔다는 얘기인가.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동전으로 월급을 지급하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도대체 발권당국은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교환의 매개라는 화폐의 기본 기능이 흔들릴 만큼 중앙은행이 넋을 놓고 있었다는 말인가.
「동전 월급」 사건은 실무차원의 실수가 아니라 한 나라의 화폐기능에 심각한 교란이 생겼다는 의미다. IMF사태이후 금융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다. 은행직원들의 공금횡령사건이 줄을 잇는가 하면 은행이 지닌 공공성을 잊은 채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하는 등 국가가 처한 어려움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오래다.
동전으로 월급을 지급한 사건은 바로 요즘 은행의 이같은 자세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다시는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준엄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은행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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