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그랬다. 주부들을 만나보면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맞춤법을 모르는 교사가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의 알림장에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있어 지적하면 담임교사가 칠판에 쓴대로 베꼈다고 항의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같은 반 어린이 여러명에게 동시에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자녀쪽이 잘못 베낀 것을 오해한 모양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서울하고도 강남 어느 초등학교 고학년 교사가 하루 출장을 간다며 반 학생에게 통솔을 맡기는 편지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 맞춤법이 틀려있었다. 「밑고 부탁하는 것이니 맞아주길」바란다는 내용은 분명 「믿고」와 「맡아」를 틀린 것이었다. 그제야 주부 모니터들의 이야기가 확연히 머릿속에 들어왔다. 수학문제를 풀 줄 모른다, 시간을 더하고 빼는 문제에서 전후 개념을 헷갈린다, 학생들이 항의하면 그제야 정정한다 등등.
촌지문제에는 초연한 학부모들조차 실력이 떨어지는 교사에 대해서만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촌지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징계할 방편이나 있지만 이처럼 기초학력이 부족한 교사한테는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자녀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수업을 참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학업의 기초인 초등학교 과정을 엉터리로 익히면 나중에 어떻게 하나 발만 동동 구를 뿐』이라고 주부들은 입을 모았다. 이때문에 아예 학교는 친구 사귀는 곳으로 다니고 공부는 학원에서 배우라는 학부모들도 있다.
문제는 학원도, 참고서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빈부간의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교육을 의무화한 것인데, 기초를 모르는 교사가 있다면 의무교육의 의미가 무색해진다는데 있다. 더구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들일수록 질문이 많은 학생을 싫어하고 따지고 드는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교육의 존립 목적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공무원법은 일단 임용된 교사의 자격을 정기적으로 검증할 아무런 장치도 갖춰놓지 않아 맞춤법조차 모르는 교사를 방치하고 있다.
우리가 왜 외국의 구제금융을 받았을까. 외형은 성장한 듯 보였지만 기초가 없으니 산업구조가 일순간에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기초가 부족한 교사를 방치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교육열도 속빈 강정일 뿐이다.
초등학교 교사의 자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실력있고 자애로운 대다수 교사에게 더욱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런 제도가 생긴다면 적어도 교사들이 매년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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