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8.02.19 00:00
0 0

 아무리 체제가 공고하다해도 가장 기본적 욕구인 먹거리마저 해결못하는 정권은 존립이 어렵다. 어떠한 유일사상으로 무장시킨다고 해도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판에 허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부인·아들과 함께 귀순한 로마주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북한 대표부 3등서기관 김동수씨의 증언은 아노미상태에 빠진 북한의 실상을 웅변하고 있다. ◆평양에 볼모로 남긴 13세짜리 딸이 「반역자의 딸」로 학대받을 생각에 목이 메인채 시작된 김씨일가의 18일회견은 시종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망명결심 동기를 상관인 대사에게 북한 정권의 실정을 말했다가 소환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황장엽 노동당비서와 장승길 이집트 주재 대사 형제의 미국 망명 등도 그의 탈출결심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증언했다. 서방세계에서 근무하던 김씨의 눈에는 무고한 인민을 굶겨 죽이는 김정일체제의 북한은 더이상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중요한 사실은 김씨가 대사에게 「정정당당한 얘기」를 했음에도 자신을 불평분자로 몰았다고 한 주장이다. 북한 체제가 아무리 외부세계와의 높은 벽을 쌓고 사상적 무장을 강조한다해도 이런 반체제인사는 생기게 마련이다.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서관희 농업담당비서의 공개처형사실도 그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이 외화난으로 해외근무자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은 것은 오래전이라고 한다. 입에 풀칠을 하기위해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마약이나 밀수에 손을 대게 된다는 그의 증언은 차라리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