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뉴욕 외채협상에서 우리측 대표단을 도왔던 미국인 변호사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훈장을 포상키로 결정, 뉴욕 월가의 비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정부가 직접 보수를 지급하고 고용한 변호사한테 『잘했다』며 훈장을 주는 한국적 정서를 미국인들은 쉽게 이해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벌인 또한가지 「촌티나는 일」이 뒤늦게 워싱턴의 컨설팅 회사와 법률회사 관계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뉴욕의 월가를 상대로 금융외교를 전개하면서 자문역으로 골드만 삭스와 솔로몬 브러더스등 2개 투자회사를 고용했다. 물론 이 회사들은 이후 외채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 톡톡히 돈값을 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를 고용한 방식은 이곳 관련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난 다분히 한국적인 것이었다.
원칙대로 하자면 우리 정부는 되도록 많은 투자회사들에게 우리 정부가 의뢰하고자 하는 업무의 내용을 보내 이들 회사들로부터 그 프로젝트에 따른 업무계획및 비용을 제출받는 것으로 시작했어야 했다. 쉽게 말하면 수의계약을 하지말고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훌륭한 업무계획과 가장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투자회사를 골랐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어느 회사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을까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까운 외화를 최대한 절약할 수도 있었다. 또한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는 경우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맡겼을때보다 잘잘못을 따지기가 훨씬 편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같은 투명한 방식을 따르지않고 덜컥 덩치큰 투자회사들을 고용했다는게 워싱턴에 있는 관련업계의 말이다. 한 컨설팅 회사의 간부는 『골드만 삭스와 솔로몬 브러더스가 관련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형업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곳에 일을 맡기는 한국 정부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점중 하나가 기업운영의 불투명성인데 한국 정부의 일 처리방식을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사의 관계자는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입각전 골드만 삭스에서 일했던 인연을 고려, 그 회사를 고용했다면 정말 미국 실정을 모르는 일』이라며 『루빈 장관이 의식적으로 골드만 삭스쪽을 피하려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비해 오히려 로비가 먹혀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론적으로 외채협상은 만족스럽게 매듭되었기에 우리 정부가 이들 두 회사를 선택했던 일은 잘 한 일이었다고 평가할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국제금융의 무대에 나서게 될 우리 정부는 한번쯤 이같은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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