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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법개혁을/유중원 변호사·법학박사(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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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법개혁을/유중원 변호사·법학박사(전문가진단)

입력
1998.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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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정부식 ‘일과성’ 아닌 제도적 차원서 접근 변호사­재조 유착관계 등 환부 철저히 도려내야” 대학교수와 판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이다. 그런데 최근 잇따라 터진 교수임용 비리와 의정부지원 판사들과 지역 변호사들의 금전수수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치대의 중견 교수들이 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억대의 뇌물을 받아 이미 3명이 검찰에 의하여 구속되었고 수사는 현재 진행중에 있다.

 의정부지원 판사들은 지역내 변호사들로부터 통장을 통하여 많은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금 태풍에 가까운 파문이 일고 있다. 몇달전에 의정부의 이순호 변호사가 악덕 브로커를 고용하여 형사사건을 싹쓸이한 사건이 불거지자 의정부지청의 노관규 검사가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보강을 위해 은행계좌를 추적하였다. 이때 10여명의 판사 통장에 의정부지역 변호사 10여명이 무통장 입금방식으로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씩을 입금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정권교체기라는 미묘한 시기에, 또한 법관들의 대규모 정기 인사를 바로 눈앞에 두고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따라서 정기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이 사건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민감한 사안이므로 곤혹스런 입장에 있는 것 같다. 일단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면서 엉거추춤한 상태에서 여론의 추이와 대법원의 입장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말할 것도 없이 몹시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판사들을 상대로 통장에 변호사의 돈이 입금된 경위 및 그 돈이 담당 사건 처리와 관련이 있는 지 여부 등에 관하여 엄중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혐의가 밝혀지는 데로 중징계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여론은 참지 못하고 들끓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조비리 진상규명과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창국 변호사)를 구성하여 검찰이 서울지검 특수부나 대검찰청 중수부를 통해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관련된 법관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법대에서 방청석에 앉아있는 당사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면서 재판을 진행하여야 할 판사들의 자괴감이야 오죽 하겠는가.

 그렇지만 옥석을 명확히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열심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양심적인 법관들까지 의심하면 안될 것이다.

 필자 역시 변호사로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처지에서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지켜보면서 이러저러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입장이 도저히 못된다.

 다만 지난 95년에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에 의하며 매우 요란스럽게 진행되다 용두사미격으로 슬그머니 끝난 사법개혁의 전말을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때 개혁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이번 사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당시 사법개혁 역시 다른 개혁의 진행 과정과 그 양상이 똑 같았다. 개혁에 대한 지도이념과 철학없이 또한 개혁주도세력과 마스터플랜없이 즉흥적으로 거창하게 시작되었다가 별다른 성과없이 일과성 운동으로 끝나 버린 것이다. 적정한 법률수요의 예측없이 오직 사법시험 합격자만 양산케 하여 법조계의 구조적 불황을 심화시켜 회생불능상태에 몰아넣었을 뿐이다.

 왜 이번 사건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전관예우 및 법조 브로커의 관행과 악습을 그때 철저히 개혁하지 못하였는가. 그때 경인지역중 악덕 브로커문제로 악명이 높았던 수원이나 인천 지역에서는 미흡하긴 해도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의정부지역은 그때 제외되었다.

 그후 변호사 업계에서는 의정부 지역을 여전히 비리의 정글로 지목하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서는 소수의 변호사가 브로커를 앞세워 형사사건을 싹쓸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의정부에서는 몇몇 뜻있는 소장 변호사들이 애써 자정운동을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사건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밝혀졌듯이 전관예우, 법조브로커 및 그러한 변호사와 재조의 유착관계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브로커를 통하여 사건을 싹쓸이하니 법원이나 검찰을 뻔질나게 드나들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버니 결국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게도 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법조계는 이제 이를 악물고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여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제도적으로 이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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