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도형 모델은 미의 새 패권논리 측면도 시장논리가 세계화인양 혼동해선 안돼”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정부에 의한 계획성과 시장에 의한 자율성이라는 두가지 축에서 찾아지는 최적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로서는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통한 자율시장화 개혁을 해왔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기들이 기준을 정한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무조건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경제주권을 행사할 여지가 별로 없는 벼랑 끝으로 몰린 셈이다. 그러나 IMF의 과거 실적을 보면 수혜국의 국익을 증진시킨 경우보다 퇴보시킨 예도 많았다. 따라서 정부는 이 난국에서도 국익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 논리의 근원을 좀 더 총괄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논리가 오늘과 같이 세계를 휩쓸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수상이 80년대부터 시장논리를 들고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 중심이 아닌 국가 중심의 사회발전 패러다임이 지배적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케인즈 경제학의 유효수요 관리론에 바탕을 둔 정부의 경제관리가 정당화되었다. 또 이에 연관하여 급격히 발전한 복지국가론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팽배해진 공산주의와의 경쟁 등이 사회경제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중심의 발전 패턴을 반세기 이상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80년대의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90년대부터 시작된 냉전구조의 와해는 기존의 정부개입론을 시장경제우위론으로 바꾸었다.
특히 미국은 냉전 시기에 공산주의 방패용으로 제3세계에 정부 주도형 발전 모델을 독려하다가, 탈냉전 시기가 도래하자 시장주도형 모델로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국가주도형 경제정책을 시장중심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패권논리를 전파하려 하고 있다. 93년 IMF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세계은행이 아시아에서의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의 장점을 인정하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게 된 것은 세계은행의 제2주주인 일본이 시장의 논리만을 고집하는 미국 측과 치열한 암투와 협상 끝에 가까스로 얻어낸 양보였다는 것도 상기해둘 필요가 있다. 미국은 당시 일시적 양보는 하였어도 아시아 모델을 오래 두고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결심을 이미 굳혔던 것으로 보여진다.
IMF의 구제대상이 된 이상 정책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으나 정부시장의 관계속에서 정책대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우리 자신이 꼭 시정·개선해야 할 것들이 IMF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지체없이 실행하여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익에 맞지 않는 것을 강요당한다고 판단되는 것들에는 과감한 반대의견을 표현하여야 한다. 미국 지배하의 IMF가 제3국을 대하는 시장원리 노선이 미국내에서 조차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IMF가 요구조건을 너무 경직되게 일률적으로 수혜국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가혹할 뿐만아니라 세계복지에 위배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언론 학계 지식인들 사이에 작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 내에 잠재되어 있는 시장논리 반대세력을 우리 위정자들도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기 바란다.
둘째 IMF조건이행을 목적으로 한 경제총관리기구를 서둘러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관료들이 이 기구를 전담하면 안된다. 19세기 독일을 통일한 프러시아 관료들처럼 철저한 국가개념으로 의식을 내실화시킨 경제외교에 민감한 인사들이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자문 통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시장논리만큼 반시장논리 학자들의 의견도 수렴하여야 한다. 미국을 너무 잘 이해해주는 학자들이 정책결정자 주변에 많은 것 같다. 시장논리가 마치 세계화인양 혼동하는 것 같다.
넷째 탈냉전기에 부응하여 새로운 외교정책을 펼치는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들의 경직된 냉전식 사고방식을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남북한 평화협정을 촉진하여 남과 북 둘 다 지나친 국방비 지출을 사회발전에 전용하도록 해야 한다. IMF하에서의 긴축재정이 사회간접자본 위축으로 나타나는 이때, 국방비 절감은 지대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섯째 이미 경제통합의 단계를 넘어 역내의 확고한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유럽통합을 거울삼아, 아시아 경제통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이러한 통합을 미리 차단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선수책이 아닌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경제문제 해결처를 서구 중심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권에서 찾아보는 것도 모색해 볼만 하다. 일본 자신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타아시아 국가들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정치행정학>정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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