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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로’는 없는가/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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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로’는 없는가/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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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방한했던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본보와의 회견에서 「문화의 힘」을 얘기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위기가 문화와 국가이미지에 대한 미약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미국은 상품뿐 아니라 미국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와 꿈등이 어우러져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서구인들은 한국은 물론 한국문화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으며 때문에 한국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화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무심코 지나친 기 소르망의 회견내용이 이 시점에 떠오르는 데는 까닭이 있다. 새 정부 출범(25일)을 앞두고 국정을 이끌 각 부처 장관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조각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본격적으로 국정운영의 첫 단추를 끼는 작업인 동시에 「국민의 정부」의 앞날을 예고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 관점에서 김대통령당선자의 문화정책수립 책임자 인선결과는 바로 새 정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17일 새벽 정부조직법개정안의 국회통과로 문화체육부의 명칭이 문화관광부로 바뀌게 됐다. 문화부로 확정됐던 명칭이 문화관광부로 바뀐데 대해 문체부나 문화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문화가 관광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인데 굳이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 명칭을 써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문화계는 「이번만」은 하며, 우리 문화를 갈고 다듬어 세계에 내놓을 역량을 갖춘 인물이 장관에 발탁되길 고대한다. 사실 90년 문화부 출범 당시 문화계 뿐 아니라 국민의 기대도 무척 컸다. 그러나 이어령 초대장관을 제외하고 역대 문화부 또는 문체부장관직은 정치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고 해서 문화를 모른다는 법은 없겠지만 이어령장관 시절에 마련한 아이디어를 답습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문민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체육과 관광분야를 흡수한 문체부는 산하기관이 많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종 행사 참석이 장관의 중요한 업무가 되는 형편이었다. 심지어 문체부장관은 「동정용」장관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문체부장관이 모든 신문의 동정면에 거의 매일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을 좌우하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과연 언론에 오르내리는 장관후보 가운데 문화의 세기를 맞이할 토대를 세울 적임자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드골 대통령의 문화부장관으로 11년간 재직하며 문화정책의 방향과 기틀을 세워 프랑스의 영광과 국민의 자존심을 되살린 앙드레 말로(1901∼1976)같은 인물이 우리에게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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