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의식’ 혁신호 쟁쟁한 필진·지면 2배로/‘무애’ 한글판 창간 문학현실 순수비판 추구 멀쩡하게 잘 나오던 문학계간지가 종간하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월간·계간 문예지들도 종이값·원고료를 못 이겨 면수는 줄이고 책 값은 올리는 것이 IMF시대 문학계의 한 모습이다. 계간 「문학과 의식」(문학과의식사 발행)의 혁신호 발간과 계간 「무애」(열음사 발행)의 창간은 그래서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두 잡지 다 발행인이 여작가라는 점도 눈에 띈다.
「문학과 의식」은 올 봄호(통권 39호)로 종전 200쪽 남짓하던 지면을 400쪽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내용면에서도 쟁쟁한 필진이 참가한 본격문예지로 환골탈태했다. 여기에는 이 잡지의 새 발행인 안혜숙(53)씨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안씨는 잘 알려져 있듯 70년대 「사랑해 당신을」등을 히트시킨 인기 혼성듀엣 「라나 에 로스포」의 여가수. 월남전을 다룬 장편 「고엽」, 일본의 핵무장 음모를 다룬 「쓰루가의 들꽃」 등을 발표해 소설가로 변신했다. 안씨는 지난해 가을호부터 자신이 등단(90년)한 「문학과 의식」의 발행인을 맡았다. 『잡지를 만들다 보니 단순한 동인지성격을 벗어나 진짜 문학에 기여할 수 있는 지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평론가 정현기 최동호 최유찬 고형진씨를 편집위원으로 위촉했다. 혁신호에는 오세영 박범신씨등 대표적 작가들의 신작과 함께 「문학과 의식」이 지속적으로 추구할 주제로 내세운 고전과 현대문학의 접목을 꾀한 글들이 실렸다. 안씨는 『원고청탁을 받는 필자들조차 「요즘 세상에 문학지가 되겠느냐」고 회의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석달에 책값 9,000원이면 한 달에 커피 한 잔만 안 마셔도 사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대일수록 문학의 향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라고 말한 그는 문화센터 수강자들을 찾아 다니는등 판매일선에도 나서고 있다.
「무애」는 96년부터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잡지 「muae」를 내 온 열음사 사장 김수경(49)씨가 발행인. 불교용어인 무애는 한자로는 「무」, 「막힘이나 거침이 없음」 「장애물이 없음」을 뜻한다. 새롭게 창간된 한글판 「무애」는 열음사가 그동안 내온 계간 「문학정신」을 폐간하는 대신 그 작업들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이어받기 위한 것이다. 문예지가 출판사의 상업적 전략의 수단으로 전락한 풍토에서 벗어나 문학현실에 대한 순수하고 날카로운 비판작업을 수행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평론가 김춘식 문흥술 백지연 신철하 황병하씨가 편집위원. 창간호에는 「비평의 불신, 그 벽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김우창 백낙청 김윤식 유종호 김병익등 평론가 5명에 대한 분석의 글을 실었다. 도전적이고 참신한 비평을 위한「불온한 글쓰기」, 상업적 리뷰를 거부한 비판적 서평코너인 「집중서평」란도 돋보인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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