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퐁이나 미쓰이(삼정)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왜 어떤 기업은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마는가. 수세기에 걸쳐 번성한 기업과 반짝하고 단명한 기업간에는 경영철학상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는가.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아리 드 지우스 교수가 이같은 의문에 답하는 연구논문을 내놓아 경영학 부문의 노벨상이라고 할 만한 올해의 맥킨지상을 16일 수상했다.
드 지우스 교수의 수상은 유럽 경제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상의 권위나 명성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논문내용이 현대 경영이론의 고정 관념을 파격적으로 깨고 있어서다.
드 지우스 교수 연구팀은 역사가 700년이 넘은 스웨덴의 화학그룹 스토라를 비롯해 미쓰이 뒤퐁 쉘등 현존하는 세계 27개 최장수 기업의 경영사를 해부한 결과 4개의 공통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위험은 언제고 닥칠 수 있다는 절대 진리에 충실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운영, 이와는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변화에 대한 진취적인 수용자세 및 시대환경의 변화에 놀랍게 적응하는 과감한 자기변신 노력, 회사에 대한 조직원들의 강한 아이덴티티가 그것들이다.
이에 더해 이 기업들은 창업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두드러지는 강력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사람(조직원)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이자 가장 중심에 둔다는 대원칙과 이를 철칙으로 준수하려는 실천의지였다.
드 지우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자본증식과 수익성을 투자 등 기업경영의 1순위 척도로 삼는 현대의 일반적인 경영원칙과는 반대로 장수기업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본에 앞서 사람을 중시했다. 자본과 수익은 이들 기업에게 생존을 위해 필요한 산소였을 뿐이며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는 아니였다. 그 결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요컨대 인간을 기업경영의 최우선적 가치로 삼고 인적 자원에 의존해서 변화에 적응한 기업들은 위기를 뚫고 장수기업, 모범기업으로 살아 남았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도태되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지금 한국에선 IMF 시대라는 이름하에 기업 안팎에서 살벌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장의 병사들은 무수히 죽어가는데 사령부에 있는 장군 어깨의 별은 늘어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병사를 가볍게 여기는 장군은 종내는 패장이 된다는 인간중시 철학을 경영자들이 깊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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