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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거부한 인니의 혼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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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거부한 인니의 혼란(사설)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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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는 끝내 기울고 마는가. 외신에 따르면 16일 수마트라섬의 파가알람등 2개 도시에서 수천명이 화교상점을 약탈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하는 등 인도네시아 소요사태가 3주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소요가담자에겐 발포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군경의 발포가 시작된 13일 이후에도 자바등 4개 섬의 25개 도시에서 주민폭동이 발생, 5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 자카르타는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한 수만 군경의 삼엄한 경계아래 아직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유혈폭동이 확산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외국인들이 속속 인도네시아를 떠나고 있다.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소요발생시 행동요령을 담은 안전수칙을 전하고 차량에 태극무늬등 한국마크를 부착토록 당부했다.

 캉드쉬 IMF총재는 브뤼셀에서 인도네시아정부가 고정환율제 채택을 강행할 경우 43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 이상으로 폭락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등 동남아 인근국가들의 화폐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제 인도네시아정부는 통제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1만5,000명에 이르는 교민의 신변보호와 주재원의 철수 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현재 상태로 미뤄 수십억달러의 국내기업 현지 투자와 건설공사, 100억달러 이상의 금융채권 회수등은 인명 구조에 비해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도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다. 17일 한때 원화환율은 달러당 1,700원을 돌파했고 종합주가지수 470선이 무너졌다. 당국은 IMF등과의 협조채널을 확고히 재점검, 인도네시아의 불똥이 날아와 외환위기가 재발할 소지를 차단하는 데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병명은 바로 「개혁거부」다. 수하르토대통령은 물가폭등을 막아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고정환율제 채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치명상을 입은 환자의 입에 물 한방울 적셔 주려는 기만행위라고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수하르토와 그 일가들은 조금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다 모두 빼앗기는 길을 택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개혁불감증」을 앓는 집단이 있어 걱정이다. 국회와 재벌이 바로 그들이다. 국회는 지금이 IMF상황임을 모르는지 추경예산등 민생현안은 팽개친 채 진흙탕속 멱살잡이만 되풀이했다. 재벌은 노조가 피눈물을 쏟으며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장면도 못 봤는지 손톱깎는 정도의 자구노력안을 내놓은 뒤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사태를 보면서 국회와 재벌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쥐들이 달아난 배는 영원히 항구로 돌아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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