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구조조정안 “미흡” 평가/“이번은 다르다” 말 아닌 실천 요구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7일 『재벌들의 주력기업을 최대 5∼6개로 정하고 나머지는 정리하라』고 말한 것은 재벌 개혁에 대한 당선자의 강도높은 의지를 재차 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당선자측의 의지표명과 재계의 반발사이를 오가며 다소 퇴색하지 않느냐는 의구심까지 일었던 재벌개혁에 대해 김당선자가 「오금박은」 셈이다.
이날 발언은 특히 14일 30대그룹이 일제히 제출한 구조조정안을 김당선자가 보고받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재벌그룹들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안이 당선자에게 크게 미흡한 수준이었음을 시사했다. 주요그룹들의 이날 보고는 사실 상호지급보증의 해소와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기조실의 점진적인 해체, 총수의 일부 계열사 대표취임등 극히 미온적인 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선자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채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아주 소극적인 답안이다.
재벌에 대한 김당선자의 개혁의지는 사실 여러곳에서 수차례 분명하게 감지돼 왔으나 재계만은 굳이 이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당선직후 밝힌 기업관이나 외지와의 인터뷰등에서 나타난 재벌개혁, 재벌에 대해 강도높은 개혁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김태동 교수의 경제수석 기용등을 통해 분명한 의지를 보였는데도 재벌들이 이를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당선자는 개혁의 방향으로 「방만한 계열사의 정리」와 「총수의 책임경영」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룹별로 50개를 넘는 방만한 계열사중 경쟁력이 없는 계열사를 대거 정리해 주력사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총수는 경영에 전적인 책임을 지든지 책임을 지지않으려면 떠나든지 진퇴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주력사 최대 5∼6개로의 정리」라는 이날 발언은 김당선자의 이같은 개혁방향중 방만한 계열사의 정리라는 개혁의 한 가닥을 수치까지 들어가며 분명하게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을 달리할 때마다 되풀이돼 온, 사실상 말뿐이었던 재벌개혁을 이번 만큼은 분명히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따라서 차기정부의 재벌에 대한 개혁은 여러방향에서 입체적으로 속도감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이중 가장 기업들이 실감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구조조정 요구일 것 같다. 당선자측이 이미 정책으로 밝힌 금융기관을 통한 사업영역 심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의 이날 발언에 대해 재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어려운 작업일 것』이라는 일차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개혁은 전과는 다른 것 같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그룹들은 우선 『3∼4개, 많아야 5∼6개 기업으로 정리하라』는 당선자의 말을 『개별 기업이 아니라 업종을 말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보고한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업종별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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