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 아픔 돌보아 온 대전 동의보감 한방병원/“무료진료탓” 일반인 외면/경영난 몰리며 존폐기로 사랑으로 지핀 인술의 불씨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 끝내 지고 마려는가.
영세민을 무료진료해오던 대전 중구 부사동 의료법인 동의보감 한방병원(원장 이상천·56)이 부도로 건물이 경매돼 다음달이면 집을 내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가진 것 없고 의지할 데 없는 행려병자 무의탁노인 등 영세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우리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온 이 곳이 부도가 난 것은 지난해 8월. 부도를 초래한 경영난의 원인은 바로 인술 때문이었다. 무료병원으로 소문이 나면서 언제부터인가 일반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고, 이에 따라 96년 5월 개원 당시 시설비로 빌린 9억5,000만원을 상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채권자인 광주은행이 지난해 11월 연건평 520평 지상 4층 규모의 병원건물에 대한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동의보감의 이같은 사정이 알려지자 독지가들이 후원회를 만들고 병원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IMF한파로 후원회의 정성모으기도 뜻처럼 되지 않았다.
동의보감 한방병원은 약초시장을 운영하던 조영희(45·여)씨가 내놓은 사재 28억원을 기초로 하여 문을 열었다. 영세민을 위한 무료진료는 물론 병원 구내식당은 매일 아침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식당으로 개방됐다. 30여명의 직원들은 음성꽃동네 양로원 고아원 등을 찾아 다니며 봉사활동도 벌였다. 환자의 목욕과 빨래는 물론 업무보조까지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이 동의보감의 큰 자산이었다. 5개 병상은 요즘도 무료 입원 환자로 가득차 있다. 부도이후 근근이 병원의 맥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병원 설립자 조씨가 사재를 모두 내놓았기 때문이다. 조씨는 현재 여섯식구 살림을 병실에서 꾸려가고 있다.
부도이후 무보수를 자청한 채 동의보감 살리기를 소명으로 삼았던 직원들은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는 현실의 벽 앞에 허탈감에 사로 잡혀 있다.
손석만(41) 부원장은 『사글세 터전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아무리 힘겹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고 싶다』며 『추위에 떨고 병마에 시달리는 불쌍한 이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대전=최정복 기자>대전=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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